내년부터 황 함량 비중 3.5%에서 0.5%… 저유황유·LNG선 발주'수혜 기대' 조선업계, 친환경 기술·LNG추진선 제조 세계적 수준해운업계, 비용 부담 불가피… 저유황유 가격 오르고 있어 '고민'
  • ▲ 원통 모양의 LNG탱크(Type-C)가 탑재된 LNG추진선박의 조감도.ⓒ현대중공업
    ▲ 원통 모양의 LNG탱크(Type-C)가 탑재된 LNG추진선박의 조감도.ⓒ현대중공업
    내년부터 시행되는 'IMO 2020'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환경규제 강화가 현실화되면서 수혜를 기대하는 조선과 비용 부담으로 고민하는 해운업계 간 온도차도 확연하게 느껴지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내 선박 연료유의 황함량 기준이 국제해사기구(IMO) 해양오염방지협약(MORPOL)에 맞춰진다. IMO는 내년 1월 1일부터 선박 연료에 포함된 황 함량 비중을 현재 허용기준인 3.5%에서 0.5%로 낮추는 환경규제를 시행한다. 

    이번 규제가 적용되면 고유황 정유를 사용하던 선박들은 선박에 탈황장치를 추가하거나 저유황유로 연료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황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은 LNG(액화천연가스) 추진선을 추가로 발주해야 한다.

    우선 조선업계는 이번 규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LNG 추진선 기술도 수준급이라 국내 조선업계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포스코와 함께 LNG추진선의 연료탱크 소재 국산화에 나섰다. 18만t급 LNG추진선 연료탱크에 포스코가 개발한 '9% 니켈강'을 적용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LNG 이중연료 추진선에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고망간강' 소재의 연료탱크를 적용하는 등 소재 국산화를 위해 협력해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선급인 미국선급협회(ABS)와 선박 탈(脫)탄소화 및 디지털화를 위한 공동연구에 들어갔다. 세계 5대 선급 중 하나인 ABS는 조선·해양산업 관련 설계와 시공분야에서 안정성과 우수성에 대한 인증 및 감리 기관이다. 이는 선박 탈탄소화 요구에 대한 방안 마련에 선도적으로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6일 노르웨이-독일 선급인 DNV-GL로부터 '연료전지 적용 아프라막스급 원유운반선'에 대한 기본승인을 획득했다. 이는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규제 대응으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통해 발전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선박이다.

    LNG 추진선 발주가 늘어나도 국내 조선업계에 유리하다. 국내 조선사들이 LNG 추진선 제조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선박 발주 시장의 1085억달러는 LNG 추진선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선박 발주액의 60.3% 수준이다.

    반면, 해운업계는 비용 부담으로 인해 고민이 늘어났다. 선사들이 환경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저유황유 사용, 스크러버 설치, 액화천연가스(LNG) 사용 선박 교체 등이 필수인 만큼, 상당한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선사들은 불확실성이 적은 저유황유로 환경규제에 대응하려고 준비 중이다. 가격 때문에 뒤늦게 스크러버로 노선을 변경하는 선사들도 있지만, 기자재업체들이 수용할 수 있는 선박 수에 한계가 있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선사들의 비용 부담도 불가피하게 됐다. 모든 선박에 한꺼번에 스크러버를 달 수 없으니 가격이 비싼 저유황유(황 함량 0.5% 이하)를 일정 기간 써야한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스크러버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의무적으로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된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사들은 이번달부터 유류할증료를 적용하고 있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실제로 저유황유 가격은 기존 고유황유 대비 1.5배 이상 높게 형성돼 있다.

    해운항만 컨설팅그룹인 드류리에 따르면 2020년 저유황유 가격은 톤당 650달러로 고유황유(280달러)보다 2배 이상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비싼 설치비용에도 환경규제를 대비해 일찌감치 스크러버를 설치해왔다. 이를 통해 비용 등 여러 부분에서 이득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SM상선 등 다른 해운사들은 저유황유 사용에 집중하고 있어 안정적인 공급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을 제외한 대다수의 선사들이 규제대응책으로 저유황유 사용을 선택하고 있다"면서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이가 현재 280달러 이상으로 벌어져 있어 연료비 증가로 인한 선사들 경영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