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장관 취임후 법제처 심사 통과… 국무회의 의결 앞둬3월 주총 대란 불보듯…"기업경영권 침해" 반발 거세질듯2월초 공포 가능성… 삼성·현대·SK 등 대기업도 영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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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갑작스럽게 강행하기 시작했다.기업경영 자율성 침해 논란과 주총 마비 우려가 겹치면서 당초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둘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방침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이에따라 3월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은 '사외이사 대란'을 걱정하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법제처는 지난 10일 법무부가 제출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사 완료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검찰개혁보다 먼저 손을 댄 것으로 지난해 9월24일 입법예고된 사안이다.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외이사 최대 임기를 제한하는 것이 주요 골자로 퇴직임원이 사외이사로 옮겨가지 못하는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 민간기업 이사회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특히 이사나 감사 후보자의 범죄경력이나 세금 체납 여부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 위헌 요소도 우려되는 내용도 담겼다.만약 법제처를 통과한 개정안이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면 내년 시행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던 기업들의 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개정안이 다음달 초 공포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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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주총을 앞두고 기업들의 사외이사 구하기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개정안에 따라 재직 연한 제한을 받게 되는 사외이사는 718명에 이르며 상장사는 최소 566사에 달한다.시총 2조원 이상 상장사만 살펴봐도 삼성 SDI 4명, 삼성 SDS 4명, 현대건설 2명, SK텔레콤 2명 등 대기업들도 개정안의 영향권에 들어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6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부는 당초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자 재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숙려기간을 가질 것으로 가닥을 잡았었다.지난달 3월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경제연구원, 중견기업연합회,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5단체가 모여 "기업경영과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시행령으로 개정하는 것은 법체계 맞지 않다"며 반발하는 정책세미나를 가지기도 했다.하지만 갑작스러운 정부 방침의 변경이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뚜렷하게 알려지지 않았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새해 신년사에서 "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행령 등의 제·개정을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정착시키고 대기업의 건정한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곧 마련하겠다"며 "상법 개정 등 공정경제를 위한 법 개정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상법 개정안은 정부가 기업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조치"라며 "정부가 유예기간도 없이 강행하고 있어 기업들의 적잖이 당혹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