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과-낙하산 근절대책 약속, 법 개정 추진
  • ▲ 윤종원 기업은행장.
    ▲ 윤종원 기업은행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둘러싼 노조의 낙하산 행장 반대 투쟁이 약 70일만에 마무리 됐다.

    금융권 최장 출근저지 투쟁(27일간)을 기록하면서 청와대와 여당 대 노동계가 전면전 위기까지 치달았지만 민주당이 공식적인 ‘유감 표명’과 ‘낙하산 근절대책’을 약속하며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을 접었다.

    깨질 위기에 놓였던 금융노조와 정부 여당의 정책협약도 가까스로 봉합되면서 민주당도 금융노동자 10만명과의 유대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사태를 계기로 낙하산 인사 근절이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라 기업은행의 향후 낙하산 근절대책 마련에 관심이 쏠린다.

    ◆기업은행장 낙하산 저지, 시작은 반장식 내정부터

    기업은행 노조의 낙하산 행장 저지 사태는 지난해 12월 중순 경 청와대가 반장식 前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기업은행장으로 낙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최대주주가 정부다보니 정부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반 전 수석이 금융인으로서 전문성이 없다며 반대했다. 반 전 수석은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기획예산처 차관까지 역임한 '예산통' 관료지만 은행권 경력이 전무하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 100여명은 지난달 18일 서울 을지로 본점 앞에서 낙하산 은행장 반대 집회를 열며 반대투쟁의 서막을 열었다.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끝난 지난달 27일에는 금융노조와 한국노총 관계자  2000여명이 모여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함량미달 낙하산 반대 전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지난달 30일, 윤종원 前 청와대 경제수석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기업은행 노조는 한결  같이 “둘 다 똑같은 낙하산”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2일 윤종원 행장의 공식 임명을 강행했고, 노동계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윤 행장, 임명됐지만 27일간 출근 가로막혀

    윤 행장은 지난 3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기업은행 노조가 서울 을지로 본점을 막고 윤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노조는 윤 전 수석 역시 반장식 전 수석처럼 은행업 경력이 없고, 금융분야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2013년 허경욱 전 기재부 차관이 기업은행장으로 내정됐을 때, 관치는 독극물이라고 주장했던 민주당이 이번 낙하산 인사에는 침묵하고 있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출근이 가로 막힌 윤 행장은 본점 집무실이 아닌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며 수차례 본점 출근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금융권 최장 출근저지 투쟁으로 기업은행 정기인사와 경영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리더십 공백과 은행 이미지 실추, 고객 불편 등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와 노동계의 부담도 커졌다.

    이에 당정은 설 연휴 전 기업은행 노조와 물밑협상을 통해 사태 수습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지난 22일 윤 행장과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첫 만남을 가졌다.

    수차례 논의 끝에 지난 27일, 당정과 노사는 낙하산 인사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윤 행장 출근 저지 농성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28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행장 임명을 두고 벌어진 기업은행 노사  갈등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낙하산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을 약속 함에 따라 노조는 투쟁 종료를 선언했다. 윤 행장은 오는 29일 취임식을 갖고 출근저지 27일만에 기업은행에 첫발을 내딛는다.

    남은 숙제는 민주당이 약속한 낙하산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이다.

    노조는 기존의 행장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앞으로 공청회를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한 후 투명하고 공정한 행장 선임 절차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기타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 낙하산 방지법 추진 등이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은 이번 기업은행 사태를 계기로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말했다.

    ◆기업은행장 낙하산 논란, 출근 저지 사태 일지

    ◇ 2019년

    ▲12월 18일경 = 청와대, 반장식 前 청와대 일자리수석 기업은행장 낙점. 기업은행 노조원 100여명 서울 을지로 본점 앞에서 낙하산 은행장 반대 집회 열며 강력 반발

    ▲12월 27일 = 기업은행 노조, 금융노조, 한국노총 관계자 약 2000명 모여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함량미달 낙하산 반대 전조합원 결의대회' 개최

    ▲12월 30일 = 청와대, 기업은행장에 윤종원 前 청와대 경제수석 사실상 내정

    ◇ 2020년

    ▲1월 2일 = 문재인 대통령, 기업은행장에 윤종원 前 청와대 경제수석 공식 임명

    ▲1월 3일 = 기업은행 노조, 서울 을지로 본점 앞에서 윤 행장 출근 저지 투쟁 시작.

    ▲1월 22일 = 윤 행장, 김형선 노조위원장 첫 만남, 협의점 찾기 위한 논의

    ▲1월 27일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만나 낙하산 근절 방안 마련과 임원 임명절차 개선, 희망퇴직 허용 등에 대한 의견 교환, 합의.

    ▲1월 28일 = 기업은행 노조, 출근저지 투쟁 종료

    ▲1월 29일 = 윤종원 행장 취임식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