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중기대출, 이달 26일까지 226억 감소은행 부실채권 14.5조… 4년3개월만 최대건전성관리 부담에 중소기업대출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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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제공.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문을 급격히 걸어 잠그고 있다.

    지난달 4조원 가까이 증가했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 포함) 잔액은 이달 들어 최근까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국은행이 두차례 연속 금리를 낮추며 돈 풀기에 나섰지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겐 ‘그림의 떡’인 셈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6일까지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65조7128억원으로 지난달 말(665조7354억원) 대비 226억원 감소했다. 

    이달 잔액이 최종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지난달 3조9724억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피해 공격적으로 중소기업대출을 늘렸던 상반기에는 이들 은행의 잔액이 한달에 많게는 5조원씩 증가했다.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돌입한 하반기 들어서도 중소기업대출 증가폭이 가장 적었던 건 지난 9월 2조428억원이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겐 높아진 은행 문턱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진한 경기에 이익 내기도 쉽지 않은데 자금 조달길마저 막히고 있는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높여 경기 살리기에 나섰지만, 문제는 그간 이어져 온 고금리 충격에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이미 악화했다는 점이다.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누적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58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1363건) 16.14% 증가했다. 

    은행들도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4조5000억원으로 지난 2020년 2분기(15조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체 부실채권 중 12조원 가까이가 기업부문에서 발생했다.

    기업여신을 중심으로 부실채권 규모가 지속 증가하면서 은행들의 위기 대응능력을 보여주는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지난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가계대출과 달리 중소기업대출은 올해 들어 금리도 낮아졌지만 연체율이 지난해 대비 상승했다. 

    지난달 말 기준 직전 석 달 동안 5대 은행이 신규 취급한 중소기업 운전자금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5.57%로 지난해말(6.24%)과 비교해 0.67%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은행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3분기말 기준 0.65%로 지난해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한은의 금리인하에도 중소기업을 둘러싼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은행들의 깐깐한 대출태도는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어려워지면 은행의 자산성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가 계속 악화할 경우 영업 차원보다는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대책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