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추위, 차기 행장후보 6명 압축… 이르면 28일 발표한일 3명‧상업 3명… 뿌리 뽑지 못한 계파 문화 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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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우리은행장 후보가 내부출신 임원 6명으로 압축됐다. 한일은행 출신 3명과 상업은행 출신 3명으로 동률이다.외부출신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오래 뿌리내린 계파 갈등을 최소화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이번 은행장 선정 과정에서도 한일·상업 출신의 비중을 여전히 기계적으로 맞추면서 기존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단 지적이 나온다.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들로 구성된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는 차기 행장 후보들로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겸임), 이정수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정진완 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조병열 은행 연금사업그룹 부행장, 조세형 은행 기관그룹 부행장(이상 가다나순) 등 6명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일부 우리금융 계열사 대표들도 하마평에 올랐으나 명단에서 빠졌다.자추위는 행장 후보들에 대한 막바지 심사를 거쳐 오는 28일경 최종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리스트에 오른 후보들은 모두 50대(56~58세) 남성으로 1965년생인 현 조병규 행장보다 젊다는 점에서 자추위원들이 ‘세대교체’를 염두한 것으로 해석된다.눈에 띄는 점은 6명 후보들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반반으로 나뉘었다는 점이다. 김범석‧조세형 부행장과 박장근 부사장은 상업은행 출신이며 이정수 부사장과 정진완‧조병열 부행장은 한일은행으로 입행했다.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존 계파 사이의 '기계적인 형평성 논리'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은행별 후보를 동수로 구성한 것 자체가 기존 관행을 본땄다는 의미에서다.임종룡 회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 이후 국정감사에서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한일·상업은행 간 파벌 문화를 꼽으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쇄신책을 내놨다.당시 임 회장은 “통합은행 성격의 우리은행에 오랫동안 민영화되지 못한 문제 때문에 분파적이고 소극적인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음지 문화를 없애지 않고 우리금융이 바로 설 수 없으며 올바른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민영화 과정에서 내부의 계파 간 알력 다툼 등 구태의연한 문화로 인해 촘촘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는 해석이 일찌감치 나온 상태"라며 "외부출신 임 회장이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기업문화를 바꾸겠다고 했음에도 이번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관행적 악습을 답습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임 회장이 취임 당시 대대적으로 선언한 우리은행장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예년과 달리 깜깜이로 진행되는 점도 논란거리다.지난해에는 은행장 후보군을 선임 60여일 전에 사전 공개한 후 이들에 대한 내‧외부 검증과정을 거쳤지만 이번에는 이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일부만 가동된 모습이다.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행장 선임 과정에서 외부 인사에 대해 공정한 기회를 주었는지에 대해서도 대해서도 평가가 뒤따를 수 있다”면서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다양성과 객관성이 부족해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게 작용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