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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의 지난해 연매출이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약가인하 등 일시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올해는 회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R&D투자를 통한 기술수출료가 유입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 4804억원으로 2.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유한양행의 연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유한양행은 매년 지속적으로 연매출이 성장해 지난 2014년에는 제약업계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1조 클럽' 지위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매출 성장률은 평균 11%에 이른다.
이처럼 유한양행의 매출이 하락한 데에는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의 영향이 컸다.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해 유한양행이 판매하는 비리어드는 지난 2017년 11월 물질특허가 만료돼 약가가 30% 인하됐다. 여기에 제네릭(복제약) 출시가 이어지면서 매출 하락세가 불가피했다.
비리어드의 지난해 처방액은 945억 1300만원으로 전년 1493억 6000만원에 비해 36.7% 감소했다. 548억 4700만원의 매출 공백이 발생하면서 전문의약품(ETC) 전체 매출도 9494억 8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7%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8년 1조 173억원이었던 '전문의약품 부문 1조원'의 벽이 깨진 수치다.
원료의약품 수출 감소에 따른 해외 사업 매출도 부진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해외 사업 매출은 2057억 1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지난해 수출이 2056억 8600만원으로 12.9% 줄고 주요 자회사 유한화학의 매출이 1626억 9100만원으로 13.8% 감소한 여파다.
지난해 유한양행에는 연매출 역성장도 있었지만, 수익성 악화도 쓰라렸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5억 3576만원으로 전년 대비 75%나 급감했고, 당기순이익은 366억 1233만원으로 37.2%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데에는 매출 감소 외에도 판매비 등 비용 증가의 영향이 컸다. 자회사 중에서는 지난해 유한화학이 136억원으로 영업 적자를 지속하고 엠지가 영업손실 2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속적인 R&D 비용 투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R&D 비용은 13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8% 늘었다. R&D 비용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간 유한양행의 지속적인 R&D 투자는 다수의 대규모 기술수출이라는 성과로 이어진 바 있다.
특히 올해에는 R&D 투자의 결실로 대규모 기술수출료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수출료 인식 규모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 성장도 뒤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는 얀센과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받는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Upfront)이 분기별로 인식된다.
올해 2분기에는 얀센이 개발한 이중항체 'JNJ-61186372'와 폐암 신약 '레이저티닙'의 병용투여 임상 2상이 개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술이전 물질 중 가장 큰 규모의 마일스톤을 수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으로 기술이전된 NASH 치료제 'YH25724'도 임상 1상에 진입하면서 100억원 이상의 마일스톤이 유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외형 축소는 이례적인 현상이었던 만큼, 올해는 외형 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 올해에는 신규 도입상품과 개량신약으로 부진했던 전문의약품 매출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며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계약금, 마일스톤 수취 금액이 800억원으로 전망됨에 따라 원가율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한화학 업황 개선으로 자회사 영업손실 폭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2020년 유한양행의 매출액을 1조 5938억원, 영업이익은 723억원으로 추정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