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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로 산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꼈다. 기업들은 일제히 몸을 사리며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채용은 물론 투자계획까지 미뤄지는 형국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는 법이다. 코로나로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산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9일은 그런 희망적인 소식이 연이어 전해진 하루였다.
르노삼성 노조는 이날 단체행동을 자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임단협을 놓고 사측과 갈등양상을 보이며 파업이 예상됐지만 한발 물러나기로 한 것. 여기엔 코로나 사태 뿐만 아니라 신차 출시라는 요인도 작용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단체 헌혈캠페인을 열었다.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코로나19 의료 현장을 돕자는 취지다. 6일간 신청을 받은 결과, 800명에 달하는 임직원들이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특히 이날 눈길을 끄는 사진 한장이 있었다. 현대차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나란히 누워 헌혈을 하는 장면이었다.
물론 자료를 위해 연출된 사진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진 한장으로 현대차의 진전된 노사관계를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특별합의를 실시했다. 노사가 예상하지 못한 위기 앞에 손을 잡으며 업계 모범이 됐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그룹은 지난 9일 경북지역에 위치한 연수원 2곳을 대구·경북지역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다 밝혔다.
이 시설은 5월 정식 개소를 앞둔 최신 건물이다.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시설을 치료시설로 제공한 현대차를 두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의 통큰 결단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차가운 쇠를 만지는 철강업계에서도 최근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제철 노사가 2019년 임협을 마무리한 것이다. 노조는 당초 요구안에서 한발 물러나는 대승적인 결단을 보여줬다. 잠정합의안을 한번에 통과시킨 임직원들의 배려도 크게 한 몫했다.
산업계 전반에서 노사간 화합하는 장면이 잇따라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긍정효과 중 하나다. 노사가 한마음이 되는걸 보고 있자니 이번 위기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또 다시 임단협 시즌에 돌입하면 서로 돌변할지도 모른다. 화장실 갈 때와 갔다 온 뒤 바뀌는게 사람 마음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 아플때 서로 손잡고 위로했던 시기를 한번쯤 되새겨보길 바란다. 코로나보다 더한 해피 바이러스가 산업계 전반에 골고루 퍼져 올 한해를 물들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