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초과청약 참여 … 책임경영 상징성 강조유증 자금 대부분 미지급금-계열사 채무 상환 용도순손실 폭 확대 등 현금흐름 악화 … 자본잠식 지속 전망신약 '어나프라' 성장 가능성에도 재무 리스크 해소는 불확실
  • ▲ 비보존제약 향남공장. ⓒ비보존제약
    ▲ 비보존제약 향남공장. ⓒ비보존제약
    비보존제약이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확보 자금 대부분이 계열사 채무 상환과 미지급금 해소에 쓰이면서 구조적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진이 초과청약에 참여하면서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했지만, 실적 악화와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하는 상황인 만큼 재무위기를 늦추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5일 비보존제약에 따르면 장부환 대표이사는 유상증자 배정주식의 120%인 1만1000주를 청약했다. 이두현 비보존그룹 회장도 청약 가능한 최대 주식 수인 1만7000주가량을 신청했다.

    비보존제약 측은 "책임경영 실천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경영진도 최대 청약가능 주식 수까지 참여했다"며 "믿고 투자해준 주주들을 위해 더욱 연구개발과 사업 성과 창출에 매진해 주주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보존제약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방식의 유증을 진행했다. 19일 유증 최종 발행가액(3065원) 확정 후 23일과 24일까지 구주주 대상 청약을 진행했다.

    이번 유증으로 확보된 325억원 중 185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운영자금으로 배정된 금액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5억원을 원부자재 등 미지급금 해소에 사용할 계획이다.

    40%가량인 131억원은 모회사인 비보존을 대상으로 발행했던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상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자까지 포함한 최종 상환 예정 규모는 약 230억원이다.

    일반주주 대상 유증을 통해 계열사 채무를 상환하는 배경에는 불안한 현금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공시한 잠정실적을 보면 비보존제약은 지난해 매출 593억원, 영업이익 -1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전년 876억원에 비해 32.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8억원에서 적자전환했으며 연결 기준으로 실적이 발표된 201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99억원에서 -322억원으로 적자폭이 3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부채 규모가 2023년 695억원, 2024년 780억원(+12.1%), 2025년 925억원(+18.6%) 순으로 지속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에는 자본총액마저 전년 1064억원에서 727억원으로 31.5% 역성장하면서 부채비율이 73.3%에서 127%로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2018년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유증을 통한 자금 유입에도 영업현금흐름 부진과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 유출이 지속하면서 자본잠식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본총액에 유증 자금을 더하더라도 자본금 1252억원에 미달하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한다.

    회사 측은 이번 유증만으로는 자본잠식 해소가 어렵다는 판단에 2027년 후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 ⓒ비보존제약
    ▲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 ⓒ비보존제약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 확보 자금으로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 관련 비용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비보존제약은 2020년 비보존과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 어나프라주에 대한 국내 독점 실시권을 이전받았다. 해당 계약은 계약금 20억원과 임상 3상 승인·품목허가 신청·판매 개시 시점에 각각 지급하는 마일스톤 90억원 등 총 110억원 규모로 구성됐다.

    제품 판매 개시에 따른 마일스톤 지급액은 70억원으로, 지난해 10월 어나프라주의 국내 매출이 본격 발생하면서 지급의무가 확정된 상태다.

    어나프라주는 비보존제약이 2024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38번째 국산 신약으로, 성인의 수술 후 중등도에서 중증 급성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진통제다. 최근 한미약품과 공동 프로모션 파트너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발매 이후 두 달 만에 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투자설명서를 보면 비보존제약은 어나프라주 매출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어나프라주의 잠재 시장 규모를 700억~8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술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어나프라주 투여 가능 수술건수를 75만~82만건으로 추정하고, 어나프라주 가격을 대입해 산출한 수치다.

    향후 분기 성장률은 2026년 10%, 2027년 15% 수준으로 가정했다. 이에 따라 회사 전체 연간 매출은 2026년 약 930억원, 2027년 약 1118억원으로 늘어난다는 예상이다.

    다만 해당 성장률 가정은 시장 침투가 본격화되더라도 분기 기준 두자릿수 초중반 수준에 그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시에 2027년까지 관계사 지급 및 금융 상황이 이어지는 데다 어디까지나 회사 자체 전망치인 만큼 실제 매출 발생이 얼마나 예상과 부합할지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결국은 조달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신약 매출 성과를 조기에 가시화하느냐가 향후 재무구조 개선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어나프라 국내 매출 극대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보존제약의 유증 규모는 주가 급락으로 인해 애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최종 발행가액은 애초 계획했던 4710원보다 34.9% 낮아진 수치다. 총 모집 예정금액도 기존 499억원에서 325억원으로 축소됐다.

    유증 발표 직후 나타난 주가 급락 때문이다. 종가 기준 비보존제약 주가는 유증 결정 공시 다음 거래일 전일 대비 21.3% 급락(6158→4846원)했다.

    이후 주가는 단기간 반등에 실패한 채 하락 흐름을 이어갔고, 지난해 말에는 3600원대 후반까지 밀리면서 저점을 형성했다.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잠재 매도물량(오버행)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주가 하락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