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개포·서초 관리비 40만~70만원대…대형은 100만원 육박노후 단지도 예외 없다…중앙난방·설비노후에 비용 부담 가중상가·오피스텔 '깜깜이 관리비'…임대료, 관리비로 우회 인상李 대통령, 변칙 관리비 인상에 '범죄행위' 질타
  • ▲ 서울을 중심으로 공동주택 관리비가 급등하고 있다. 전용 84㎡ 기준 최소 40만~70만 원대까지 부과되면서 ‘제2의 월세’로 체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AI 생성 이미지
    ▲ 서울을 중심으로 공동주택 관리비가 급등하고 있다. 전용 84㎡ 기준 최소 40만~70만 원대까지 부과되면서 ‘제2의 월세’로 체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AI 생성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부동산 문제에 이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조준한 주제는 서민들에게 '준조세'가 되다시피한 관리비 문제. 이 대통령은 "임대료를 제한하니 관리비를 올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를 '범죄 행위'라 규정했다. 실제로 일부 아파트 등에서는 관리비 부과 내역조차 베일이 깔리면서 '복마전 상황'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곤 했다. 

    최근에는 특히 고금리·고물가에 짓눌린 가계에 또 하나의 큰 주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출 이자와 장바구니 물가 부담에 이어 매달 날아오는 관리비 고지서가 한두 달 '계절성 비용'으로 넘기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주거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관리비가 더 이상 부수적인 지출이 아닌 사실상 '제2의 월세'로 또아리친 셈이다. 

    25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2026년 초 서울 아파트 평균 관리비는 ㎡당 3300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10% 이상 급등했다. 반면 경기도는 ㎡당 약 2800~29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국민평형 84㎡(전용면적) 기준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민보다 매년 약 40만~50만원 이상의 주거 비용을 더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평형 관리비 50만원 시대

    서울 내에서도 고급화를 내세운 단지들의 관리비는 이미 부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강남구 개포동 A단지는 84㎡의 월 관리비가 약 43만원 수준이지만 대형 평수(85~135㎡)는 68만원까지 뛰었다. 서초구 서초동 B단지 역시 84㎡가 47만원대, 대형 평수는 75만원을 돌파했다. 반포동 대표 아파트 중 하나인 '래미안 원베일리' 같은 초고가 단지는 대형 평수 관리비가 100만원에 육박하며 '관리비 월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화려한 아파트 시설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강남 A단지의 한 입주민은 "헬스장 문턱도 안 밟는 80대 노부모님 댁에도 커뮤니티 유지비가 똑같이 찍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초 B단지 거주자는 "조식을 안 먹으면 손해라 억지로 먹긴 하지만 관리비가 무서워 정작 밖에서는 외식도 못 한다"고 하소연했다.

    ◇낡은 배관이 부른 관리비 폭탄

    관리비 폭탄은 신축 하이엔드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건축을 앞둔 노후 단지나 소규모 단지들은 낮은 에너지 효율과 인력 비용 분담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신축 못지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목동의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C단지는 84㎡ 기준 월평균 관리비가 35~38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으며 대형 평수의 경우 55만원을 초과한다. 인근의 D단지 역시 84㎡ 기준 약 32만원으로 대단지의 이점을 누리고 있음에도, 시설 노후화에 따른 유지 보수비와 난방 효율 저하로 인한 사용료 부담이 입주민들의 가계 경제에 부담을 가중화시키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의 상징인 E단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앙난방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이곳은 79㎡ 가구가 겨울철이면 50만원대 고지서를 받고 있다. 156㎡ 대형 평수는 난방비 폭탄이 겹칠 경우 최대 12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찍히기도 한다.
  • ▲ 서울 아파트 입주민들은 커뮤니티 시설과 난방 비용으로 인한 관리비 폭탄을 맞고 있다. 상가 임차인들의 경우 '깜깜이 관리비'에 대한 우회 인상 사례를 호소하자 정부가 실태 조사와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연합뉴스
    ▲ 서울 아파트 입주민들은 커뮤니티 시설과 난방 비용으로 인한 관리비 폭탄을 맞고 있다. 상가 임차인들의 경우 '깜깜이 관리비'에 대한 우회 인상 사례를 호소하자 정부가 실태 조사와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연합뉴스
    '나홀로 단지' 역시 관리비 폭탄에서 예외가 아니다. 160여 가구에 불과한 서대문구 충정로 F단지는 특별한 커뮤니티 시설이 전무함에도 84㎡ 관리비가 42만원에 달한다. 적은 세대수가 인건비 등 고정비를 나누어 부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84㎡가 아예 없는 대형 위주 단지인 용산구 이촌동 G단지 역시 낡은 중앙난방 배관 탓에 대형 평수 관리비가 매달 100만원을 가볍게 넘기면서 노후 주거지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관리비 급등은 신구축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현상"이라며 "신축 하이엔드는 불필요한 공용비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수혜자 부담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노후 단지는 설비 현대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대료 대신 올리는 '꼼수 부과'

    아파트 관리비가 고비용의 문제라면 상가와 오피스텔 등은 '불투명한 꼼수'가 소상공인과 청년들을 울리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접수된 자료에 따르면 관리비 공개 의무가 느슨한 점을 악용해 임대료 인상 제한(5%)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관리비를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마포구의 한 소규모 상가 임차인은 임대료 인상이 법적으로 제한되자 임대인이 관리비를 기존 10만원에서 40만원으로 4배 올리는 전형적인 꼼수 인상을 경험했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소형 오피스텔 역시 월세는 고정하되 항목에도 없는 '청소 유지비' 명목으로 관리비를 20만원 이상 추가 부과하는 등 편법적인 임대료 인상이 만연한 실정이다.

    이 같은 민심을 반영하듯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관리비 문제를 정조준했다. 이 대통령은 "임대료를 제한하니 관리비를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내역을 숨기고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사실상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수도 요금이 100만원밖에 안 나오는데 임차인들에게 200만원을 받아 100만원만 내고 나머지는 자기가 가져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이는 기망이자 사기, 횡령일 수 있는 아주 나쁜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어 범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와 제도 개혁을 즉각 지시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상가나 오피스텔의 관리비는 공개 의무가 없는 법적 허점을 악용해 사실상 우회적인 임대료 인상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무력화하는 이러한 변칙적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관리비 항목을 세분화하고 증빙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