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원칙 내세웠지만 오히려 고령자·암환자 ‘구매 취약군’ 만들어만 80세 이상 대리구매 허용했지만 독거노인은 상대적 박탈감만 코로나19 치료 시 우선순위 설정하듯 공급체계도 형평성 확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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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평한 마스크 공급을 원칙으로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지만 무능한 정부의 대책은 공정하지 못했다. ‘1주 1인당 2매 구매’라는 형편없이 부족한 수량을 준배급제 형태로 판매하는데도 안정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시장경제원리를 벗어난 형태의 정책을 취했으면서도 사실상 고위험군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는 점이다. 

    여전히 고위험군도 줄서기에 참여해야 하고 이를 놓치면 마스크 구매가 어렵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발품 팔기가 어렵고 정보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마스크 ‘구매 취약군’이 돼버렸다. 

    통계적으로 폐 관련 기저질환자,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는 코로나19 감염 시 사망률이 높다. 때문에 한정된 음압격리병실 이용 시 우선순위가 높게 설정됐고 항바이러스 치료도 적극적으로 시행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고위험군은 마스크가 먼저 공급돼야 할 대상이다. 건강한 일반인과 한 묶음으로 묶어 관리하는 체계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터지는 집단감염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정부는 5부제 시행 하루 전날 기존 장애인에서 만 10세 어린이와 ‘만 8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대리구매가 가능하도록 고령자용 땜질식 조치를 취했지만 역부족이다. 

    출생연도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대리구매자가 또 발품을 팔아야 하고 독거노인의 경우에는 대리구매의 혜택을 얻기 어렵다. 

    5부제 시행 둘째 날인 10일 마스크 구매를 포기한 한 80대 노인은 “자식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 혼자 살고 있다. 그래서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을 계속 돌아보고 있는데 이미 다 팔렸다고 한다. 약국에 미리 좀 챙겨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럴 수 없다고 했다”며 푸념했다.

    각종 기저질환자들은 마스크 구매의 어려움에 봉착했다. 우선순위를 따지면 마스크 공급이 우선돼야 하는데 별도의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암환자들의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한 암환자는 “일반적으로 위급한 상황이나 재난사태일 때는 약자들에게 선제적 우선권을 주는게 공정한 기회이자 사회적 약속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작금의 사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러한 문제를 두고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복지부는 마스크 공급에 권한이 없다. 식약처나 의료기관에 문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현 정부 복지 정책의 방향성은 존 롤즈(Jhon Rwals)의 정의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사회 속에서 불우한 사람들의 생활은 개선되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공정한 정의’를 표방한다. 

    마스크 5부제 역시 큰 틀에서 이 형태를 띠고 있는 듯 보이지만 고위험군에 대한 배려가 존재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결국 안정적 공급이 문제다. 코로나 19 창궐 초기, 대만처럼 수출을 줄이고 공급을 늘렸다면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능한 정부를 탓하기에도 시간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고위험군에 대한 우선적 분배를 원칙으로 하고 마스크 공급량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연속적으로 터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임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