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도 오락가락…"판단 어려워"서 하루새 "과도한 우려 필요없어"유럽 초강력 대책속 덴마크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이용말라" 권고전문가 "대중교통 감염위험 무시못해…방역 소홀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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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12일 충북 오송 질본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대중교통 이용에 따른 감염위험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이날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전염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택시 같은 좁은 공간에서 기사와 승객 또는 다른 승객과 오래 있었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가능성이 작다"고 덧붙였다.
앞선 10일 서울 구로역, 신도림역 인근에 있는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이들이 확진 전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대중교통에 대해 시민의 우려가 커진 상태다.
그러나 마스크 대란을 겪으며 정부의 말 바꾸기를 경험한 국민은 방역 당국의 설명에도 불안감을 가시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애초 감염예방을 위한 마스크 사용과 관련해 KF94 등급 이상의 인증 마스크를 매일 바꿔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가 마스크 공급이 달리자 면마스크 사용도 괜찮다고 태세를 전환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장의 마스크를 이삼일 사용한다고 말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부가 이미 양치기 소년으로 낙인찍혔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1일 브리핑에서 결이 다소 다른 이야기를 했다. 정 본부장은 "대중교통 이용의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모든 대중교통에 대한 전반적인 소독과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불특정 다수가 밀집돼 타기 때문에 지하철, 철도, 버스 등에 대해 우려가 있는 거로 안다"며 "많은 대중교통 중 어디서, 어떻게 (코로나19 확진자가) 노출됐는지를 모두 역학조사로 밝히기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유럽 일각에선 정부가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26개 국가에 머문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등 유럽을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로 지목하면서 유럽 각국은 위기감을 드러내며 고강도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주민 이동제한은 물론 식료품·약국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업소의 영업을 2주간 금지하는 나라도 나오고 있다. 일부 국가는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체코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넘어오는 여행객을 국경에서 막기로 했고, 슬로바키아는 13일부터 폴란드인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교통과 관련해선 덴마크의 조처가 눈에 띈다. 덴마크는 정부 차원에서 출퇴근 시간대 국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대본은 "유럽 질병관리기구는 유증상자와 2m 이내에서 15분 이상 접촉했을 때 위험하다고 보고, 세계보건기구(WHO)나 각국 전문기구도 가족이나 직장 동료를 밀접 접촉 사례로 본다"며 "출퇴근 길에 환자를 마주쳐서 감염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게 본다"고 설명했다.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감염될 위험이 상존한다는 견해가 적잖다. 가령 출퇴근 시간대 혼잡한 지하철에서 확진자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면 함께 머문 시간과 거리에 따라 감염 확률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