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한 섬에서 발생, 방역직원 강제진입 등 정황 포착 의협 “삼류행정으로 얼룩진 공보의 제도, 원점 재검토”
  • ▲ 공보의 숙소에 방역가스 살포되는 현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 공보의 숙소에 방역가스 살포되는 현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전라남도 여수시의 한 섬에서 대구 파견을 다녀온 공중보건의를 향해 예고 없는 방역 가스 살포 등 행위가 벌어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진 혐오 사건으로 기록됐다.

    18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여수시 보건지소 소속 공보의 숙소에 방역직원이 들이닥쳐 강제적으로 방역가스를 살포했다. 사전설명도 없이 사람이 방안에 있는데 가스를 살포해 해당 공보의는 얼굴과 몸에 그대로 연기를 맞고 방안에 있던 음식까지 다 버려야 했다. 

    항의를 받은 전라남도 행정당국은 원래 예정된 방역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치과와 한의과 공보의 숙소에는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공보의는 코로나19로 인해 대구에 파견을 다녀왔다. 

    해당 지역은 보건지소 이외에 의료기관이 없는 섬으로 두 명의 공보의가 교대로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어 한 사람이 차출되면 나머지 한 사람이 쉬지 못하고 계속 근무를 해야했다. 

    대구지역에서 돌아온 해당 공보의는 격무에 시달린 다른 공보의를 위해 선택사항인 2주간 자가격리를 포기하고 근무에 복귀했으나, 주민들은 대구를 다녀온 의사가 진료를 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런 와중에 인권유린적인 숙소 강제 방역이 벌어진 것이다.

    의협은 “가장 큰 책임은 행정당국에 있다. 당사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섬의 근무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어떤 대책도 없이 인력을 차출해 업무의 부담을 고스란히 공보의들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대구로 차출된 공보의는 3주 동안 혼자 섬을 지킨 동료에 대한 마음의 짐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포기하고 조기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건이 벌어지자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전라남도의사회가 당국과 접촉해 해당공보의의 보호를 위해 즉시 섬에서 나올 수 있도록 협의했으나 의료공백을 이유로 거절당했고 결국 해당 공보의는 4일 동안 섬에서 불안한 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의협은 “공보의를 그저 ‘중앙에서 파견해준 값싼 의료인력’으로 보고 오로지 의무와 책임만 지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 막가파식 삼류행정이다. 특히 섬과 벽오지 공보의의 열악한 처우와 행정당국의 무책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지자체의 ‘싼값으로 젊은 의사 100% 활용하기’ 제도로 전락해버린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이제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보의 제도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는 공보의를 지자체에 배정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매년 각 지자체로부터 공보의 운용 계획과 현황을 보고받아 엄격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기적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는 지자체에는 공보의 배정을 철회하는 초강수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은 코로나19로 위험지역 파견을 다녀온 의료진에 대한 혐오가 발단이 됐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신속하게 책임 있는 후속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