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지정’ 중앙감염병병원 역할, 임시적 기능수행 한계점 위급 시에만 땜질식 처방으로 활용, 장기적 대응 어려워 원지동 이전 등 현대화 사업 등 수년째 표류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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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에 지친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이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조건부’가 달린 중앙감염병병원 역할을 하고 있어 장기적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이다.24일 NMC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중앙감염병병원의 기능을 임시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아직은 공식적으로 감염병 대응을 총괄하는 기관이 아니다.NMC가 중앙감염병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제조건은 중구 을지로에서 서초구 원지동으로 기관을 이전하면서 감염병전문병원을 만드는 것이다.이른바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 중 하나였는데 수년째 답보 상태다.NMC 상위기관인 복지부와 서울시는 서초구의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반대와 소음 기준 충족 곤란 등으로 이전사업이 지연된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가운데 코로나19가 발생했고 NMC는 조건부 형태로 중앙감염병병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NMC, 장기과제 말고 지금 당장 ‘중앙감염병병원’ 설치결국 NMC는 원지동 이전 등 굵직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시간적 여력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우선적으로 ‘중앙감염병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목표를 전환했다.이러한 계획은 지난 24일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당시 정기현 NMC 원장은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져 경제, 사회적 격변으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진행상황에 대한 예측도 어려운 만큼 중앙감염병병원 설치를 장기 과제로 미룰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는 “항상 위기가 닥쳐야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드러난다. 이번에도 임시방편으로 넘기고 다시 공백이 지속되면 이후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동원되는 의료인들의 희생만 반복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분절된 감염병 대응 역량을 정상화하고 기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의2(감염병병원), ‘감염병전문병원 지정 의료기관 등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7-24호에 근거로 두고 중앙감염병병원 설치가 추진돼야 함을 의미한다.여기서 중앙감염병병원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신종감염병 및 고위험 감염병 등에 대한 전문치료병원 지정‧육성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으로 추진됐다.구체적으로 감염병에 특화해 1병실 1병상을 원칙으로 100개 이상의 음압격리병상(일반 80개, 중환자 16개, 고도 4개 등)을 운영하며, 평시에도 전체 격리병상의 20% 이상을 대기병상으로 두어 감염병 환자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또한 음압설비를 갖춘 수술실 2개와 생물안전 3등급(Bio-Satety Level 3)의 검사실을 설치해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하지만 상위기관과 서울시 차원의 지지부진 사업 추진 등으로 NMC는 중앙감염병병원을 설치하지 못한 상태다.NMC 관계자는 “원지동 이전문제는 부수적인 문제가 됐다.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부분이 바로 중앙감염병병원 역할을 공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코로나19 장기적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임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정치적 논리가 아닌 국민 생명권과 직결된 영역이다. 이미 법적으로 근거가 만들어진 만큼 조속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이어 “공식적인 중앙감염병병원이라면 정부차원에서 집계한 코로나19 자료 등에 대한 공유나 보고가 쉽게 이뤄질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