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루이비통 등 명품 업체 인상이날부터 에스티로더·설화수도 동참후발 업체 가격 인상되나
  • ▲ 롯데백화점 불가리 매장
    ▲ 롯데백화점 불가리 매장
    국내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한창인 가운데 이달들어 명품·화장품·먹거리 등 소비재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원재료 값 상승 등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매년 비슷한 시기에 가격 인상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관행적 조치란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예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불가리는 오는 15일 주얼리와 시계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인상률은 3%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에 이어 약 1년만에 가격 인상이다.

    앞서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달 초 핸드백·주얼리·지갑 등 주요 상품 가격을 2~4%가량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스피디 30 모노그램은 132만원에서 136만원으로 3% 비싸졌다. 수플로 MM 모노그램은 316만원에서 324만원으로 2.5% 올랐다. 고야드도 지난 달  3~6%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백화점에 입점한 고가 화장품 브랜드도 동참했다. 에스티로더는 이날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 더블웨어 쿠션은 6만9000원에서 7만원으로 1.4%, 리필은 3만8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2.6% 인상했다. 퓨어 컬러 엔비 립스틱도 4만10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2% 비싸졌다. 다만 갈색병으로 불리는 대표 제품인 6세대 갈색병 리페어 에센스과 러브 립스틱은 이번 인상에서 제외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도 이날부터 5세대 윤조에센스를 새롭게 업그레이드해 출시, 가격을 최대 8.3% 인상했다. 90㎖ 윤조에센스는 기존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8.3%, 60㎖는 9만원에서 9만7000원으로 7.7% 인상했다. 회사 측은 성분이 강화돼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먹거리도 올랐다. 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 등에서 판매 중인 칠성사이다와 펩시 355㎖ 캔 제품이 이날부터 330㎖ 슬릭(Sleek)캔 형태로 변경됐다. 용량은 7% 줄어든 반면 판매가(편의점가 기준 1400원)는 그대로 유지돼 사실상 가격 인상인 셈이다. 다만 음식점 등에 공급되는 업소용 제품은 기존 355㎖ 캔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는 최악의 상황에서 잇따른 가격 인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8.4로 전월보다 18.5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이 경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종합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만든 지표다. 100보다 크면 경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한 소비자는 "소폭으로 올려 상승 폭이 커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주기적인 가격 인상으로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면서 "회사 방침이라는 명확치 않은 이유로 가격 인상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 선두 업체들이 주요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후발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브랜드를 판매하는 명품·패션업체도 환율 상승이 부담이다. 당장은 마진을 줄여 환율 상승에 대응하겠지만 환율이 상승으로 기존 가격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은 환율·재료비·인건비 등을 고려, 가격 조정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1년에 한 번 정도는 업계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올렸다"라면서 "조만간 후발 업체의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