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과 방심’ 동시에 가진 바이러스, 스페인독감 이후 가장 어려운 감염병쏟아지는 ‘인포데믹’ 방역 선봉장, 소통 전쟁에서도 승리해야 할 때 코로나19 종식되기 전까지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 확립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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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스페인독감과 비견되는 ‘코로나19’는 1세기 만에 나타난 최악의 바이러스다. 6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120만의 확진자와 7만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지금도 그 공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신종 감염병 팬데믹이 올 것이라는 예측을 했지만, 이렇게 강력한 바이러스가 올 줄은 몰랐다는 김우주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를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최근 본지와 만난 김우주 교수는 “지난 2018년 스페인독감 100주년 심포지엄을 했던 게 기억난다. 당시에도 다음 팬데믹은 무엇일지에 대해 우려했다. 그러다 가장 교묘하고 은밀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스페인독감은 1918년부터 약 2년간 2500만~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국내에서도 740만명이 감염됐고 14만명이 숨졌다. 막대한 치명률로 인해 감염내과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그는 “감염병 유행주기로 따져봤을 때, 빌 게이츠의 말처럼 1세기에 한 번 나올 팬데믹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코로나19는 스페인독감 이후 최악의 감염병이다. 전파 속도가 너무 빠르고 재발 위험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특히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치명률은 높고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경증으로 흘러간다. 이는 ‘패닉과 방심’을 동시에 주는 간사한 바이러스라는 것이다. 그러니 노인들은 집에만 머무르고 있는데 20~30대는 사람이 북적이는 클럽에 간다”며 불편한 현실을 꼬집었다.스페인독감이 발생했던 약 100년 전과 비교해 의학적 발전은 크게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신이 없는 한계점과 교묘하고 은밀해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움직임은 전 세계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공원 속 빼곡한 사람들 “경각심 풀려서는 안 돼”코로나19 상황의 심각성과 달리 날이 좋아진 4월 첫째 주 주말, 공원에는 사람들로 붐볐다.앞서 말한 간사한 바이러스의 성격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함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이를 두고 김 교수는 “공원에 빼곡하게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걱정이 앞섰다.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거리두기가 중요한 방역 활동 중 하나인데 우려스럽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인구밀도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국민 모두가 주중에 지치니까. 주말에 가까운 곳을 찾아 휴식을 하고 싶은 맘은 이해가 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당분간이라도 서로를 위해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코로나19를 계기로 생활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제안도 했다.그는 “우리나라는 휴식 없이 24시간 매일 바쁘게 살았다. 일하고 회식하고 다시 출근하고 쉬는 시간이 없었다. 당분간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가족과 함께 ‘슬로우 라이프’를 즐겨보는 것으로 불편함을 승화시켜보자”고 언급했다.◆ ‘인포데믹 방역’, 감염내과 대선배가 해야 할 일지난 1987년 감염내과 전문의를 취득해 30년 이상을 관련 연구에 매진한 김우주 교수가 느끼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은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왜곡된 정보로 넘쳐나는 소셜미디어에 존재한다.일례로 ‘소금물 분무’, ‘메탄올 소독’ 등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SNS에 떠다니며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김 교수는 “지난 2015년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다짐한 부분이 있다. 왜곡된 정보가 발생해 패닉으로 변하는 상황을 지켜봤기 때문에 다음 신종 감염병이 창궐하면 소통 전쟁의 선봉에 서겠다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실제로 그는 2월 5일부터 고대의료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코로나19 Q&A’를 진행하고 있다.주중에 매일 라이브방송을 하다가 코로나19 장기전에 접어든 지금은 월, 수, 금 오전 9시부터 라이브방송을 열어 관련 현황을 브리핑하고 감염내과 전문가적 식견을 대중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그는 “정확하고 올바른 소통을 하는 것이 지금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을 정립하기 위한 숙제가 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감염내과 교수로서 해야 할 임무이기도 하다”라고 언급했다.이어 “가짜 정보들의 홍수 속에서 의학적 근거를 둔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 그것은 인포데믹을 방역하기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적극적인 소통은 계속해서 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그는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감염내과 대선배로 분류되지만, 일정은 누구보다 빠듯하다. 오전 9시 고대구로병원 스튜디오에서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외래진료를 시작한다. 이후 오후 8시부터 4~5시간은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을 수행한다.김 교수는 “벌써 두 달여 같은 이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느껴지기도 한다. 앉으면 졸고 주말에는 뻗는다. 하지만 국민이 신뢰하는 것은 전문가의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젠가는 종식될 코로나19를 대응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