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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의 적립금 규모가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14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4년 동안 퇴직연금 적립금 성장세 10%대를 이어가며 덩치는 키우고 있지만 수익률은 여전히 낙제점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수익률 제고 대책이 시급하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21조2000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31조2000억원(16.4%) 늘어났다.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수익률은 여전히 기대치에 미달이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2.25%로 전년(2018년)보다 높아졌지만 2018년의 경우 1.01%에 그쳐 은행 정기예금보다 못하다는 비난이 거셌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경우 연간 수익률이 11.3%를 기록했고, 코스피지수도 7%대 상승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한 실적이다.
장기 운용 수익률도 비슷한 수준이다.
5년(2015~2019년) 연평균 수익률은 1.76%, 10년(2010~2019년)은 2.81%로 여전히 은행 예금상품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국민들의 노후대비에 적극 나서며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인 수익률 증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고령인구 증가 대응방안'에 고심하며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을 냈지만 시장은 여전히 퇴직연금의 가장 큰 문제로 수익률 부진을 지적한다.
오히려 연초부터 닥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올해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은 퇴직연금 제도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가입 확대는 물론 수익률 제고 방안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낮은 수익률을 무조건 정부와 정책 탓으로만 돌리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고수익을 위해서는 손실을 감수하는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금융권이 굴리는 연금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책임질 사람이 명확치 않다.
금융권 역시 단기 실적인 수수료에 더 비중을 두고 있어 수익률을 높이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퇴직연금은 은행 예적금이나 보험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원리금 보장형의 비중이 89.6%(198조2000억원)에 이른다.
저금리 기조에서 자연스럽게 수익률도 낮을 수 밖에 없고, 수익률과 관계없이 금융회사가 평균 0.45%의 수수료를 가져가기 때문에 성과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서 금융사의 이익을 중시한 영업행태, 손실 리스크를 철저히 회피하는 성향이 팽배해 퇴직연금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제도 시행 시점이 금리가 높았던 시기였던 반면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투자자 개인도 운용에 관심을 갖고 수익률 통제에도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DC형의 경우 개인이 계좌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납입 증액이 가능하고, 투자를 통한 이익을 낼 수 있어 임금인상률은 정체돼 있지만 투자지식이 높은 투자자에게는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상당수 개인이 운용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수익률 개선에 걸림돌"이라며 "안전성에 집작해 저금리 기조에 낮은 수익률에 머물기 보다 금융권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고, 기업과 개인 역시 금융회사에만 맡기기 보다 수익률 향상을 모색해야 퇴직연금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고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