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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신차, 열 모델 안 부럽다."
최근 이 말을 실감하게 하는 차량이 있다. 르노삼성이 지난달 내놓은 XM3가 그 주인공이다. 출시한 지 한 달이 안되는 기간에 5000대 이상 팔려나갔다. 이정도면 효자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우한폐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얻은 성과라 더 값지다. 계약물량은 날로 늘어나고 있어 한동안 그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국내에서 검증된 상품성으로 수출길에도 나설 계획이다.
수출상황은 매우 어둡다. 부산공장 수출의 80%를 차지했던 닛산의 로그 생산이 지난달 31일부로 끝났기 때문이다. 당연지사 수출은 급감했다. 지난달 르노삼성 수출은 3088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무려 57.4% 줄었다.
당초 예상과 다른 결과다. 르노삼성은 로그 생산 종료 후 바로 XM3를 수출물량에 투입하려 했다. 이 모든 계획이 뒤틀리고 있다. 회사 노동조합의 어깃장 때문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최대 강성으로 분류되는 한국지엠과 유이(唯二)하다.
지난달 24일 본교섭에선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며 타결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 노조 집행부가 노사 교섭대표 동반 퇴진 등 새로운 요구사항을 내세우며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르노 본사는 임단협을 해결하지 못하면 수출물량을 배분할 수 없다 경고한다. 르노삼성이 국내에서 절찬리 판매 중인 XM3를 수출물량에 투입하지 못하는 이유다. 더 늦으지다간 물량을 스페인 공장에 뺏길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수출이 늦어질수록 부산공장이 받는 타격은 커진다. 자칫 무산이라도 된다면 생존을 장담하게 어려운 지경까지 몰린다. 내수로 가동률을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노조 내부에서도 걱정 어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XM3 수출물량 확보가 우선이란게 이들 주장이다. 노노갈등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사실 한 기업의 노사가 임단협으로 갈등을 겪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르노삼성의 노사갈등 역시 대수롭지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시기다. 현재 세계 각지의 완성차 공장들은 코로나19로 가동 중단사태를 맞으며 힘겨워하고 있다. 모두들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 현 노조의 요구가 배부른 이의 욕심으로 치부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노조는 이들의 요구를 주장할 권리가 있다. 그게 노조의 역할이자 존재의 목적이다. 다만 지금은 아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멀리 볼 필요가 있다. 잘 팔리는 XM3로 수출길을 확보한 뒤 요구안을 제시해도 늦지 않단 얘기다.
주위는 온통 어려움을 겪는 기업 뿐이다. 경영쇄신안으로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는 쌍용차만 봐도 간절함이 묻어난다. 르노삼성 역시 쌍용차처럼 수세에 몰리지마란 법은 없다.
이대로 가다간 4월 실적은 얼마나 더 빠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그 어느 때보다 노조의 협력이 절실한 시기다. 빠른 시일내 르노삼성 노조가 힘을 보태 XM3 수출길이 열렸단 소식이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