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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에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증시 개별종목에 뛰어드는 것 보다는 안전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을 두고 베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10개 상품(인버스 제외)의 개인 순매수액은 1조421억원에 달했다.
2월 1120억원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글로벌로 확산된 코로나19사태와 산유국 간의 석유전쟁까지 겹치며 국제유가는 현재 폭락 이상의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 선이던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말 장중 2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현재도 유가는 연초 대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배럴당 20~25달러선에서 거래되면서 반등 기대를 안고 원류 관련상품에 투심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주식에서 원유로 옮겨가면서 증권업계도 원유의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제유가의 반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견은 없다.
언젠가는 코로나19 우려가 잦아들고, 산유국들의 가격 전쟁도 결국은 감산 합의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공통적으로 반영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은 기업들의 실적과 직결되는 문제로, 코로나19로 단시간에 큰 타격을 받은 기업들이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유가는 외교적인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산유국간의 합의에 따라 언제든 단시간에 회복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당분간 국제 유가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크고, 이에 따라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9일 예정된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 감산회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원유감산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하루 1000만배럴 생산축소로는 심각한 공급과잉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4월 에너지정보청(EIA)은 2분기 원유공급과잉을 하루 1140만 배럴로 예상하고 있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원유감산이 아니라면 국제유가 약세는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해외IB에서는 유가하락이 추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유가가 10달러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고, 골드만삭스의 경우 올해 2분기 평균 WTI 전망치를 현재보다 더 낮은 배럴당 20달러로 제시했다.
원유 ETN의 경우 매매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돼 거래된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확인 사항이다.
한국거래소는 8일부터 원유 ETN에 대한 거래를 기초자산인 유가 대비 시장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판단해 거래를 정지키로 했다.
이 상품은 유가가 올라야 수익을 거두는 반면 현재 급락 중인 유가가 반등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보게 된다.
정규 시장 매매거래 종료 시 실시간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산출한 괴리율이 5거래일 연속으로 30%를 초과하는 종목은 다음날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되는데 최근 WTI 선물 관련 ETN의 괴리율 확대 추세가 이어지면서 거래소가 조치를 취한 것이다.
거래소 측은 "투자자가 ETN을 지표가치보다 비싸게 매수하면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ETN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
ETN을 구성하는 순자산가치(원유 선물 가격 지수)가 올해초 대비 절반 이상 떨어질 정도로 낮지만 이를 사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생긴 일이다.
이를 위해 유동성 공급자(LP)가 관리를 하지만 매수 물량이 급증하면서 LP들의 보유 물량이 모두 소진돼 ETN 가격과 지수의 상관관계가 낮아졌다.
시장가격이 지표 가치에 수렴하고 투기 심리가 가라앉으면 원유가격이 정상화되는 경우 오히려 큰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