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에게 주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9000억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가 2월보다 46%쯤 급증하는 등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실업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고용행정 통계로 본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수급자는 총 60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지급액은 총 898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두 달 연속 신기록을 경신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6397억원)과 비교할 때 40.4% 급증했다.
1~3월 누적 지급액은 2조4137억원이다. 지난해 한해 동안 총지급액은 8조913억원이었다. 1분기 만에 지난해 총지급액의 30%에 다다른 셈이다.
3월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는 15만6000명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실업급여 지급요건이 바뀌어 1년 전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3월 신규 신청자는 12만5000명이었다. 앞선 달인 2월(10만7000명)과 비교하면 45.8% 늘었다.
올해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월 17만4000명, 2월 10만7000명이었다. 보통 연말에 정년퇴직자와 계약 만료자가 쏟아지는 만큼 실업급여는 1·2월 신청이 몰렸다가 취업시즌이 시작되는 3월부터 줄어드는 편이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한 데는 코로나19가 확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규 신청자는 보건복지(3만5300명), 제조업(1만9100명), 건설업(1만5600명), 도소매(1만4800명), 교육서비스(1만4600명) 순이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업무일이 이틀 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늘었다"며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는 신규 신청자 증가도 일부 영향을 미쳤으나 지급기간 연장과 수혜금액 증가 등 보장성 확대가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문제는 고용통계가 현장의 고용한파를 오롯이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부의 고용통계는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영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건설일용직 노동자, 보험설계사와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실직은 확인이 어렵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 규모는 2683만8000명이다. 노동부의 '2월 노동시장 동향'에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1380만명이었음을 참작하면 전체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48.6%가 고용안전망 통계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76만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3000명(1.9%)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42만8000명, 올 1월 37만5000명, 2월 37만6000명에 이어 3월 25만3000명으로 증가 폭은 둔화하고 있다. 2004년 5월(23만7000명)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증가를 보였다.
산업별로 보면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외식을 삼가면서 대부분 서비스업에서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고 제조업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서비스업 가입자는 보건복지(10만8000명), 숙박음식(2만6000명), 교육서비스(1만8000명) 등에서 1년 전보다 27만3000명 늘었다. 증가 폭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호텔·음식점업 등 숙박음식은 올 1월 6만명에서 지난달 2만6000명으로 두 달 만에 증가 폭이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특히 숙박업은 증가세를 멈추고 감소로 돌아섰다. 2월 1300명 늘었다가 3월 들어 1500명 줄었다.
초·중학교 방과 후·특기적성교사 등 교육서비스도 1월 4만3000명이 늘었던 데 비해 지난달 1만8000명 증가에 그쳤다. 관광업 부진으로 여행사·기타여행보조서비스업 가입자는 2월 마이너스(-)1600명, 3월 -2700명으로 감소 폭을 키웠다.
재정일자리로,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를 이끌었던 공공행정도 2월 33만1000명에서 3월 22만2000명으로 증가 폭이 둔화했다.
3월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354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1000명 줄었다.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9월 -7000명에서 올 3월 -3만1000명으로 감소 폭도 커졌다.
업종별로는 자동차(-7800명), 전자통신(-7400명), 금속가공(-5900명) 등에서 감소가 이어졌다. 자동차는 생산감소에 구조조정까지 겹쳐 완성차와 부품 제조업 모두 감소했다. 다만 조선업 포함 기타운송장비(3200명), 의약품(3400명), 식료품(2800명) 등은 수출 호조로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 783만9000명, 여성 591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만1000명, 16만1000명 늘었다. 50대(12만8000명), 60세 이상(13만6000명), 40대(4만7000명)에서 늘었으나 30대(-4만2000명), 29세 이하(-1만7000명)에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