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3만7154대 인증취소 등 강경 조치벤츠코리아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 있다” 불복 입장법적 다툼 장기화 전망… 판매 영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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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 1위를 질주하던 벤츠코리아가 배출가스 불법조작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자칫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에 이어 제2의 디젤 게이트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역대 최대인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고급스럽고 신뢰할 수 있던 벤츠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벤츠코리아는 독일 본사와 같은 입장을 취하며, 환경부 조치에 불복하겠다는 방침이다.  

    7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의 벤츠코리아 배출가스 불법조작 적발이 향후 수입차업계 판도에 어떤 변화를 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벤츠는 지난해 국내에서 7만8133대를 판매, BMW(4만4191대)를 크게 앞서며 수입차 1위 자리를 지켰다. 올해 1~4월 판매량도 2만2145대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말 그대로 거침없이 질주하던 벤츠코리아가 배출가스 불법조작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환경부가 벤츠 차량들이 인증 시험때와는 다르게 실제 도로 운행 시에는 불법조작 프로그램이 임의로 설정돼 질소산화물이 과다하게 배출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적발로 국내 소비자들이 갖고 있던 벤츠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측면이다. 벤츠 고객들은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으며, 벤츠 차량을 타면서 우월감과 자부심을 뽑낸다.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벤츠 이미지와 본인을 동일시 하는데, 불법조작이라는 스크래치가 생기는 것에 불쾌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2015년 디젤 게이트 이후로 정부의 인증 절차가 엄격해지면서 수입차업체들이 인력을 늘리고 자체 기준을 강화하는 등 인증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벤츠코리아가 배출가스 불법조작에 휘말린 것에 대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만큼 향후 벤츠코리아 판매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당장 벤츠코리아 고객들이 발걸음을 돌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충성 고객들이 많은 만큼 향후 행정소송 등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송 결과에 따라 벤츠 고객들의 결집력이 커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고객들 반응이나 판매 영향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해당 사안은 2018년 6월 독일 교통부에서 먼저 의혹을 제기했다. 국내 환경부도 곧바로 해당 차종들에 대해 조사를 착수해 올해 4월까지 실도로 조건 시험 등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된 벤츠의 유로6 경유차 12종, 3만7154대는 주행 시작후 운행기간이 증가하면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가동률을 저감하는 방식의 조작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실제 도로 주행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 0.08g/km의 최대 13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

    이에 따라 환경부는 인증취소, 결함시정 명령, 과징금 776억원 부과, 형사 고발 조치를 결정했다.

    환경부는 우선 배출가스 인증을 이달 중으로 취소한다. 결함시정 명령 관련해 벤츠코리아는 45일 이내에 환경부에 결함시정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벤츠코리아는 환경부의 이같은 조치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불복 입장을 밝혔다. 배출가스 인증 취소 관련해서는 청문 절차를 통해 소명할 수도 있다. 과징금의 경우 6월 정도까지 우선 납부를 해야 한다. 납부 이후에 법원에 반환 소송 등을 할 수 있으며, 결함시정 명령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이 가능하다.

    벤츠코리아는 문제가 제기된 기능을 사용한 데에는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있다고 반박했다.
     
    벤츠코리아 측은 “해당 기능은 수백 가지 기능들이 상호작용하는 당사의 통합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의 일부분”이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각 기능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 회사의 의견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기능들은 전체 차량 유효수명 동안 다양한 차량 운행 조건 하에서 활발한 배출가스 정화를 보장하는, 복잡하고 통합적인 배출가스 정화 시스템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이번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은 2018년 5월에 모두 생산 중단된 유로 6 배출가스 기준 차량만 해당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 판매 중인 신차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벤츠 코리아는 2018년 11월에 이미 일부 차량에 대해 자발적 결함시정(리콜) 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