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난해 약 10% 하락…글로벌 증시 수익률 최하위권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우하향 곡선…관련 ETF 동반 약세“세제 인센티브 등 정책적 지원 요소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지난해 국내 주식 시장은 대내외 악재들로 주요국 증시 중 수익률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코스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자 국내 증시에 진정한 밸류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개선과 이들을 위한 인센티브 강화 필요성이 강조된 가운데, 금융당국은 올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와 투자자 이탈을 막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 국내 증시, 수익률 최하위권 기록…‘코리아 밸류업 지수’ 7%대 약세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는 ‘상고하저’ 흐름 속에서 10% 가까이 하락, 2400대 밑인 2399.49로 마감했다. 하반기 들어 발생한 경기 침체 우려·정국 불안·고환율 등의 복합적인 악재가 변동성을 키우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6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지난 2008년 11월 금융위기 이후 처음, 2000년 이후 세 번째”라며 “이는 국내외 불안 요인과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일제히 선반영된 최악의 투자심리 영향”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수 하락을 주도한 주체는 외국인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6개월(7~12월)간 총 21조143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과 기관투자자는 각각 8조1249억원, 9조833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상승을 이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의 경우 전년 말(866.57) 대비 21.74% 급락한 678.19로 한 해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한 해 동안 6조4014억원, 1조4677억원어치를 사들였고, 기관이 4조3582억원을 순매도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밸류업 정책도 힘을 쓰지 못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해 9월 24일 발표된 이후 올해 연말까지 1020.73에서 948.90으로 7.04% 하락했다. 거래소가 지수 구성 종목 특별 리밸런싱(편입 재조정)을 단행한 후 첫 거래일인 17일 이후로도 2.22% 내렸다.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수익률도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나자산운용의 ‘1Q 코리아밸류업’은 출시 이후 연말까지 3.22% 하락했으며 ▲TIGER 코리아밸류업(-3.20%) ▲PLUS 코리아밸류업(-3.06%) ▲KODEX 코리아밸류업(-2.96%) ▲ACE 코리아밸류업(-2.90%) ▲HANARO 코리아밸류업(-2.86%) ▲RISE 코리아밸류업(-2.65%) ▲KOSEF 코리아밸류업(-2.55%) 순으로 낙폭이 컸다.

    이 밖에 토털리턴(TR)형 상품인 ‘SOL 코리아밸류업TR’ ETF는 2.96% 내렸고 액티브형 ETF인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와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도 각각 3.49%, 3.02%, 0.72%씩 하락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 참여율도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기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곳은 본공시 94곳, 예고공시 8곳 총 102개사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약 41%에 달하는 수준이지만, 전체 상장사 수(2750개사) 대비로는 3.71%에 그쳤다.

    ◇ 기업 자정적 노력·정책적 지원 필요성 대두…정부 “일관되게 추진할 것”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상승했지만, 하반기 들어 비상계엄령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정부 정책이 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밸류업 정책이 주식 시장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올해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자율성에 의존하는 만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충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하지만, 앞서 지난해 국회에서는 정부가 세제 인센티브로 제시한 상속·증여세 완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주주환원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등이 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기업의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며 “밸류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되고 있는 지배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모습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만 통과하더라도 증시는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며 상법 개정도 재계의 애로사항을 잘 반영해 좋은 결과가 나타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투연 측은 증시 활성화를 위해 국회의원 300명 전원의 밸류업 ETF 매수 참여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투연은 “밸류업 ETF를 월 100만원씩 매수해 2년 내외의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하고 장기 보유를 유도하는 것으로 의원 300명 전원이 투자하면 월 3억원이 증시에 유입된다”며 “상징적 의미와 나비 효과로 증시에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정적 노력이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제도화를 통해서 강제화할 수도 있지만, 기업들이 밸류업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투자자들의 요구들을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해 줄 수 있는 인식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아닌 미국 시장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거래소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해 19.21% 상승했지만, 뉴욕 증시의 나스닥 종합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각각 28.64%, 23.31% 급등했다”며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도 기업과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경영하는 일본이 아닌 주주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기업 밸류업 간담회’에서 “정부와 유관기관은 앞으로도 밸류업 정책을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밸류업 세제지원 재추진과 우수기업 표창·공동 IR 등을 통한 모멘텀 확산 노력을 지속하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점검·영문공시 확대 등 적극적 주주권리 행사를 위한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주주권 행사 보장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을 지원하는 등 밸류업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으며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도 ‘2025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식사를 통해 “올해는 더 많은 대표기업이 참여해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우수기업 표창, 공시 컨설팅 확대, 세제지원 건의 등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