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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지원을 주도하는 중기특화증권사 3기가 제도의 실효성 논란속에 출범한다.
제도 도입 초기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단순히 구색 맞추기 용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이번 3기 역시 기대보다 우려가 높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앞으로 2년간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중기특화증권사)로 지정된다.
기존 2기에서 유안타증권이 빠지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새로 뽑혔다.
중기특화증권사는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지원 등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산업은행 등이 중소·벤처기업 지원 목적으로 조성하는 펀드 운용사 선정 때나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P-CBO(채권담보부증권) 발행 주관사 선정 때 우대를 받는다.
증권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지원 한도와 기간, 금리 등에서도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중기특화증권사의 출범 목적은 중소형 증권사 육성이다.
자기자본 3~4조원대의 대형IB에 업무와 영엽 역량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소·벤처기업 관련 투자은행(IB) 업무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로 키우기 위한 취지로 출범했다.
반면 중기특화증권사는 그동안 뚜렷한 실적을 내진 못했다.
예상과 달리 대형사들이 중소기업 기업공개(IPO)까지 싹쓸이하며 중소형증권사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기에서 이같은 문제가 나오자 금융위는 2기부터 순자본비율(NCR) 산정시 중소·벤처기업 대출액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하지 않는 등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중소기업 맞춤 기업금융(IB)을 제공하겠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해당 시장도 대형 증권사들이 장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는 증권사는 물론 중소기업도 제도에 대한 실효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흥행이 저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1~2기 중기특화증권사 모두는 기대했던 기업공개(IPO) 주관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기까지 중기특화증권사의 4년간 IPO 주관 실적은 40건에도 미치지 않는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 한곳의 IPO 실적은 35건으로 집계됐다.
크라우드펀딩 역시 전문 업체들에 크게 밀리며 사실상 시장에서 철수한 상황이다.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21개 펀딩 중 중기특화증권사가 중개를 맡은 건은 한 곳도 없다.
낮은 수익성에도 투입되는 인력은 많아 결국 전문 플랫폼들에 자리를 내줬다.
업계는 중기특화증권사들에 당국이 무리한 역할을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금융 시장으로 중소기업을 유치할 인센티브가 부족한 상황에서 부실 우려가 있는 중소기업을 떠넘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며 "중소기업들의 IB 규모가 크지 않아 증권사 입장에서 기대할만한 수익을 얻을 수 없는데도 당국이 혜택을 내걸고 증권사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성장을 단기간내 지원하고 육성하기에는 2년의 한정된 기간으로는 부족해 결국 눈에 보이는 사업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결국 중기특화증권사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 증권사들은 중소기업의 평가 능력을 키우고, 당국은 중소기업의 모험자본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증권사나 중소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와 같은 제도 개선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