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DLF사태 이후 개인 판매 감소세 지속당국 사모펀드 규제는 업계 책임전가 우려상호 견제·감시 방안도 "권한없이 의무만"
  • 지난해 라임자산운용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펀드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사모펀드 관련 규제 강화까지 나선 상황에서 업계는 당국의 조치에 실효성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개인 투자자 대상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21조900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8000억원 줄었다.

    판매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27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후 9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며 9개월 동안 줄어든 판매 잔액은 5조원이 넘는다.

    사모펀드 뿐 아니라 공모펀드 역시 감소세다.

    판매 잔액은 지난해 8월 말 약 90조원을 보인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 올해 3월 말 84조2000억원 규모로 줄었다.

    펀드판매의 꾸준한 감소세는 지난해 큰 이슈가 됐던 해외금리 연계형 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연기 사태로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추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앞으로 시장은 당국의 규제로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을 두고 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DLF와 라임사태로 발견된 당국의 허술한 관리체계를 메꾸기 위해 판매와 운용사간에 상호 견제와 감시를 유도하는 개선안은 책임을 금융사에 넘기는 방식에 불과하고, 결국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발표된 제도개선 방안의 골자는 운용사와 판매사, 외부평가기관간의 사모펀드에 대한 상호 감시와 견제를 통해 사고를 막겠다는 것인데 판매사가 운용사의 투자구조에 대한 관리감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운용사의 세부 투자내역과 전략, 운용기한, 투자자산 등을 판매사가 사전에 점검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가 모두 공개돼야 하는데 사실상 이를 운용사가 수용하고 100% 공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판매사가 사모펀드 판매 전 내부 절차를 통해 운용사가 제공한 투자설명자료 등의 적정성을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

    판매사는 펀드를 판매한 이후에도 투자설명자료에 나와있는 전략대로 운용되는지 점검하고 문제 발생시 운용사에 시정요구 이후 당국에 보고를 해야한다는 방안 역시 판매사에 대한 책임전가 소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개선방안만으로는 판매사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만 부여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문제가 터질때 마다 펀드 설정 기준과 투자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판매사·신탁사의 견제·감독기능을 높이는 내용의 제도개선안은 발표되지만 결국 뒷수습은 금융사에 맡기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15년 정부가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이후 라임운용의 대규모 환매 중단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뒤늦게 미흡한 대책 마련에 나선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펀드 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국은 "모험자본 공급 등 순기능을 위해 운용의 자율성은 계속 보장하되 투자자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규제를 선별적으로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운용사와 판매사 모두 관리비용에 대한 리스크를 안게 됐다는 점에서 시장 규모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사모펀드 문턱을 대폭 낮춘지 5년 만에 다시 고강도 규제 정책이 나온 만큼 당분간 고수익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판매사들 역시 안전하고 단순한 구조의 상품을 선호하게 되고, 결국 펀드간 차별화 전략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