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발(發) ‘청 승격’ 드라이브 본격화, 21대 국회서 최우선 논의 예고 전문가들 “조직개편만으로 실력향상 불가능… 인력양성 체계 구축” ‘국립보건원→질병관리본부→차관급 지위→질병관리청’, 독립성 확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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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질병관리청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개편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고 사실상 큰 이견 없이 조직체계의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지난 2017년 6월 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청 승격이 담긴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시기적으로 20대 국회에서 논의는 어렵지만 21대 국회가 열리면 최우선 과제로 논의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하지만 이러한 조직개편 속도전에 앞서 근본적인 권한확보와 체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청 승격’ 드라이브의 큰 방향성은 올바르지만, 독립적 운영을 위한 세부조건을 충족시키는 구조로 변화해야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최근 대다수 감염병 전문가들은 단순히 질병관리청 승격에 앞서 ▲인사권 확보 ▲전문가 양성 ▲예산 집행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실제로 질병관리본부는 과거 신종 감염병이 창궐한 후 종식되면 그때그때 승격되는 역사를 갖고 있다. 2003년 사스를 겪은 후 2004년 국립보건원에서 질병관리본부로 개편됐고 2015년 메르스 후 차관급으로 승격됐다.질본의 지난 17년을 그대로 지켜봐 온 전문가들은 감염병 창궐 시에만 관심을 갖는 구조를 탈피하고 본질적 개선방안이 시행돼야 한다는 점을 선결과제로 꼽았다.이와 관련 김우주 교수(고대구로병원)는 “단순히 조직만 커진다고 해서 감염병 관리 역량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도 인사권, 예산권, 법령제정권을 독립적으로 갖지 못한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가장 큰 문제는 질병관리본부장은 인사권이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현재 질본은 오송에 위치한 본부와 복수의 소속기관으로 구성됐다.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13개 국립검역소 등이 질본의 소속기관이다. 현재 150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기관의 수장은 이들을 관리할 직접적인 권한이 없다.김 교수는 “청장이 인사권을 갖고 전문 인력을 육성할 수 있어야 한다. 감염병 위기에 대비한 법령을 입법할 수 있는 권한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여기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서도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직접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질병관리청의 운영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 질본 본부장들이 남긴 기관 운영구조의 아쉬움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 역시 지난주 YTN라디오에 출연해 동일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당시 정 교수는 “관의 ‘격’이 외청이 된다고 실력까지 확 느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증가한 질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고 언급했다.그는 “코로나19가 끝나면 또 그냥 (관심이) 묻힐 것이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를 겼었지만 (반짝 관심을 보이고) 그대로 묻혔다”고 지적한 바 있다.질본의 예산의 결정권은 복지부에서 가지고 있다. 때문에 복지부에서 하는 모든 예산이 우선이고 나머지 남으면 질본이 신청한 것 중에 주는 체계인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또 다른 질병관리본부장 출신인 전병률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온라인 세미나에서 “코로나19 초기단계에서 질본의 역량이 검증됐지만,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상향되면서 독립성이 발휘되기 어려웠다”고 진단했다.그는 “질본을 독립 외청으로 승격하는 방향성에 맞춰 독립성 보장해야 한다. 내부 전문가를 양성해 방역 전문성을 갖출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