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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주식시장 급락에 따른 영향으로 주요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이 암울하다. 최근 4년 연속 선두를 달렸던 한국투자증권은 2008년 4분기 이후 11년 만에 적자전환했고, 상위 증권사들 대부분 당기순이익이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 대신증권과 유진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플러스 성장하며 깜짝 실적을 보이기도 했다.
19일 국내 대형증권사 1분기 경영 실적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1338억원, 미래에셋대우는 1071억원, 메리츠증권은 1023억원, NH투자증권은 311억원, KB증권은 -147억원, 삼성증권은 154억원,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는 467억원, 키움증권은 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적자전환하며 실적 하락이 급격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년 1분기 당기순익 2186억원을 기록했지만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금융 파생 상품의 평가 손실로 인해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전년 동기 872억원의 당기순익을 벌어들였던 KB증권은 라임자산운용 TRS 거래 관련 평가손실 400억원 등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적자를 봤다.
삼성증권은 ELS 트레이딩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전년보다 87% 당기순익이 감소했다. NH투자증권(-82%)과 키움증권(-96%)도 전년 동기보다 당기순익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미래에셋대우(-36%)와 메리츠증권(-28%)은 대형사 중 당기순익 하락폭이 비교적 적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대우와 메리츠증권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익 실적을 기준으로 1, 2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브로커리지 부문이, 메리츠증권은 IB(기업금융) 부문이 실적 선방에 기여했다.
상위사들의 1분기 성적이 저조한 가운데 일부 중소형사들의 호실적이 눈에 띈다.현대차증권의 1분기 당기순익은 246억원으로 전년 동기 204억원에서 21% 증가하며,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리테일과 채권 사업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대신증권은 전년 동기 453억원이었던 당기순익이 4% 늘어나며 1분기 472억원을 기록했다. 지속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ELS 자체헤지 한도를 3조원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줄였고,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전체 자산에 대한 헤지트레이딩함으로써 캐피털마켓(CM) 부문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브로커리지 수익과 채권 분야 전반에서 호실적을 보인 유진투자증권도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17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한양증권의 1분기 당기순익은 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6% 증가했다. IB 부문과 자산운용(자기매매) 부문 매출이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되는 2분기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당국이 건전성 규제인 순자본비율(NCR) 부담을 완화하고 유동성 공급 정책을 내놓는 등 불확실성이 축소되고 있지만 올해 2분기 실물 경제 지표 악화 등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예상했다. 또 강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2분기에도 신규 딜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 비율 제한을 다소 완화하면서 증권사들의 부담은 줄었지만 수익성 둔화 우려는 여전하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올해 중 익스포저의 상당 부분 감축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자연 감소분 이상의 급감에 대한 우려는 해소됐다"면서도 "현재 수준에서 익스포저를 확대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해 수준의 이익 달성까지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2분기에는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 개선 기조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대규모 ELS 운용손실은 사실상 일회성 요인에 가까우며 4월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 회복으로 펀드 평가손실·VC 실적도 상당 부분 회복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일평균 거래대금이 5월현재 15조~20조원 리테일 수익의 이익 기여도 확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