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쟁력 상호보완 통해 시너지 창출 기대
  • ▲ 금융증권부 차진형 기자
    ▲ 금융증권부 차진형 기자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과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이 손을 잡는 모습은 낯설지만 반갑다.

    두 금융지주는 25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이와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아직 구체적인 협업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국내 대형금융지주회사 간 협력이란 점에서 환영의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두 금융지주가 협력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업계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타 산업군에 비해 금융권만 글로벌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도 한 이유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세계 1000대 은행서 국내 금융지주회사는 50위권 내에도 들지 못했다. 신한금융지주가 63위, 하나금융지주는 77위를 기록했다.

    해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각자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 낯선 한국계 은행이 현지 영업을 실현하는데 상당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베트남에서 신한은행이 굵직한 외국계 은행을 제치고 당당히 이름을 떨치고 있는 것도 이전 조흥은행 시절부터 시작된 담금질이 20년 이상 지나서야 빛을 본 셈이다.

    업계에선 두 금융지주가 해외 진출 지역을 놓고 새판짜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사실 은행의 해외 진출 계획은 국내 대기업이 진출해 있느냐가 주요 쟁점이다. 시중은행 중 해외네트워크가 가장 많은 우리은행이 발을 넓힐 수 있었던 이유도 대기업 고객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국내 9개 대기업과 주채권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중 삼성, LG, 한화, CJ 등 해외법인만 300개 이상을 둔 회사와 거래 중이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공장 근처에 우리은행 지점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반면 신한은행은 롯데(해외법인 242개), 하나은행은 현대자동차(해외법인 305개)와 SK그룹(해외법인 303개) 등 대기업 고객군이 상당히 부족하다.

    빠른 현지화를 위해선 대기업의 운영자금과 직원들의 급여를 가져와야 하는데 빈틈을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국내은행 간 마진 경쟁이 촉발되는 등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게 현지 금융권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국내은행의 쏠림현상도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은행의 해외진출 전략은 결국 대기업 진출과 맥을 같이 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국내은행이 앞다퉈 진출한 지역도 사실 따져보면 대기업이 진출했기 때문에 은행이 뒷따라 간 것이다.

    결국, 경쟁을 넘어 상생을 위해선 서로의 강점을 이해하고 타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신한금융은 해외 리테일영업에 대한 노하우, 하나금융은 글로벌결제플랫폼인 GLN이 강점이다. 신한금융이 GLN 서비스에 합류하는 것도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현지법인이 겹치는 중국, 미국, 홍콩, 독일, 인도네시아, 멕시코, 캐나다에선 IB 매물을 함께 물색하는 것도 협력관계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산업계에선 이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시장 개척을 위해 손을 잡았다. 서로의 강점을 융합하는 것으로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점에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내놓을 협력방안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