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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입에 한걸음 다가섰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메리츠금융지주를 대상으로 2000억원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최대주주만을 대상으로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처음으로, 메리츠증권은 신주 5865만주를 액면가(1000원)의 3.4배 수준인 3410원에 발행한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증자를 통해 자본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개선된다. 구NCR이 3월말 기준 151.3% 수준에서 159.7%로 올라간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유증으로 초대형 IB 자기자본 4조원(별도 재무제표) 요건에 한걸음 다가섰다. 이번 유증에 따라 메리츠증권의 자본금은 4조1688억원으로 늘어난다.
초대형 IB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 신종자본증권 2499억원을 제외하고, 이번 유상증자 2000억원을 더하면 메리츠증권의 자본금은 3조9189억원이다.
그간 메리츠증권은 초대형 IB를 목표로 자본 확충 노력을 이어왔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에도 재무 건전성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정 완화에 따라 메리츠증권을 발목잡던 변수가 일부 해소됐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 금액을 자본의 10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부동산 종류별로 차등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은 212%, 새로운 부동산 종류별 차등적용 시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금액 대비 자본 비율은 140%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던 올해 1분기 실적도 좋았다. 코로나 여파에 따른 IB 업황 둔화로 IB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의 IB 수수료수익은 143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1% 급증했다. 부동산PF 규제에 대비해 해외부동산, 항공기·선박·인수금융 등 수익원을 다각화했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이번 유증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서 "향후 실적 여부에 달려 있지만 현 추세로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쯤을 초대형 IB 진출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증권업계는 메리츠증권의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최근 정부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증 규모가 전체 발행주식 수의 10분의1 미만이고 성장 기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점, 또한 과거에도 증자 이후 효율적인 자본 활용을 통해 ROE를 유지했던 경험이 있어 단기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증자 이후 자기자본은 4조2000억원에 달해 발행어음 등 초대형 IB 라이선스를 통해 규제에 일부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