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감소 12조 넘고 국가채무 840조…재정악화·세수펑크 현실화고용집중정책 경제활성화 예산 미미, 투자·수출기업 지원 '찬밥'국민체감정책 시급, "차라리 재난지원금 더 줘라" 비아냥까지
  • ▲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임시국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연합뉴스
    ▲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임시국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35조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마련했다. 추가세출을 늘리는 3차 추경이 편성된 것은 1969년 이후 51년만이다.

    정부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3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국무회의를 주재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폐해진 국민들의 삶을 지키고, 경제를 조속히 회복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아 이번 추경을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며 "주력산업에 긴급자금을 투입하고,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과 기업을 지원하면서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에 재정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한해에 추경을 3차례 편성하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지금은 전시상황이다. 당장 급한 불을 끄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나중에 가래로 막아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하겠다"며 "여야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21대 국회의 문을 조속히 열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국채발행 23.8조, 세입경정 11.4조… 재정악화·세수펑크 현실화

    정부가 발표한 3차 추경안은 세입경정 11조4000억원, 소상공인·중소·중견기업 긴급 금융지원 5조원, 고용안정망(일자리) 확충에 18조9000억원 등으로 편성됐다.

    세입경정 부문은 코로나19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 하락과 이에 따른 세수부족을 반영한 예산이다. 올해 정부 세수가 예상보다 11조4000억원 덜 걷힐 것이라는 얘기다. 1차 추경 당시 반영한 세입경정 8000억원을 더하면 12조2000억원이 감소했다. 세입경정에는 지난해 1년 내내 수출이 감소하고 법인영업실적이 떨어지면서 줄어든 세수와 올해 시행하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 세제감면을 보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집행되는 세출확대 부문은 23조9000억원이다. 정부는 여기에 드는 예산 대부분(23조8000억원)을 국채를 발행해 마련한다.

    이에따라 정부의 올해 총수입은 2차 추경과 비교해 482조2000억원에서 470조7000억원으로 11조4000억원이 줄어들고, 총지출은 531조1000억원에서 547조1000억원으로 16조원 증가한다.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27조4000억원이 감소해 GDP대비 4% 적자가 늘어나고, 관리재정수지는 22조7000억원 적자가 증가한 5.8%로 정부는 전망했다.

    국가채무는 21조2000억원이 늘어나 올해만 99조4000억원이 쌓였다. 총 840조2000억원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4%에서 2.3%p 증가한 43.7%로 예상됐다.

    역대 최대규모인 이번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차 11조7000억, 2차 12조2000억원 등 올해 추경액만 총 59조2000억원에 달한다. 28조4000억원을 편성했던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추경액의 2배가 넘을 전망이다.
  • ▲ 3차 추경안ⓒ기재부
    ▲ 3차 추경안ⓒ기재부
    일자리에 올인… 한국판 뉴딜로 경제활성화 기대

    정부는 3차 추경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핵심 과제로 일자리를 내세웠다. 세출확대 사업 23조9000억원 중 19조원(79.4%)이 고용안정망 강화, 한국판 뉴딜 등 고용과 관련된 예산이다. 

    먼저 위기기업·일자리를 지키는 금융 지원에 5조원을 편성해 소상공인과 중소·중견기업 그리고 주력 기간산업에 긴급 자금과 유동성을 지원키로 했다. 1조9000억원이 추가 투입되는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긴급자금지원에는 10조원 규모의 신용보증기금 지원과 영세 소상공인 전액 보증 재원도 포함됐다. 경기위축과 수출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는 23조7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대출 지원을 위한 자금출자 9700억원이 소요된다.

    산업은행에 설치되는 42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 조성에 3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또 유동성 문제를 겪는 기업의 회사채 보증을 위한 신용보증기금 출연에 1조4300억원이 배정됐다.

    고용충격 대응 등 고용안전망 강화에는 8조9000억원을 더 쏟아붓는다. 58만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확대를 위해 9000억원을 투입하고, 특수고용종사자나 자영업자를 위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114만명) 등에 8000억원이 들어간다.

    3조6000억원이 소요되는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청년 디지털 일자리 등 신규 일자리 55만개에 대한 계획도 확정됐다. 실업자 구직급여 확대를 위한 고용보험기금 지원에는 3조4000억원이 책정됐다.

    25개 과제로 구성된 한국판 뉴딜에는 5조1000억원이 투자된다. 디지털뉴딜 2조7000억원, 그린뉴딜 1조4000억원, 고용안정망 강화에 1조원 등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일자리 사업에 76조원을 추가로 투입키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2022년까지 31조3000억원, 2023~2025년 45조원 등을 쏟아붓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간 투입된 일자리 예산 80조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정부는 2017년부터 매년 17조원, 19조원, 23조원, 25조5000억원 등 해마다 일자리 예산을 늘려왔고, 2017년과 2018년에는 일자리 추경을 통해 14조9000억원을 추가배정하는 등 4년간 총 79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 ▲ 코로나19 재확산에 출입통제된 국립 현충원ⓒ권창회 사진기자
    ▲ 코로나19 재확산에 출입통제된 국립 현충원ⓒ권창회 사진기자
    공공 일자리 만들기만 '급급' 이걸로 경제활성화 될까

    이날 발표된 3차 추경안의 상당 부분은 일자리 정책에 집중돼 있다.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에 배정된 예산은 3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위기 기업을 보호하고 특히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역점을 두겠다"며 "고용 유지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와 긴급 일자리 제공 등 고용 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9000억원을 투입해 농수산물·숙박·관광·문화·외식 등 8대 할인소비쿠폰 1684억원어치를 뿌린다. 선착순 600만명을 대상으로 농수산물 구매시 20%(최대 1만원)을 할인해주는 쿠폰을 주고, 주말 외식을 5차례 이상 한 신용카드 사용자 330만명에게 1만원 외식할인쿠폰을 지급한다.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숙박업소를 예약하는 100만명에게 3~4만원 상당의 쿠폰을,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내 관광상품을 선결제하는 15만명에게는 30% 할인쿠폰을 준다.

    3조원을 발행하는 온누리 상품권을 5조원으로 2조원 추가 발행하고 10% 할인판매도 진행한다. 여기에는 예산 2760억원이 들어간다. 고효율 가전 환급 대상 품목을 기존 10개에서 의류건조기를 추가해 11개로 확대하고 할인율 10%(1인 한도 30만원)를 지원한다.

    물류센터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전역에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같은 소비쿠폰으로 경제활성화를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집단감염·전파사례에서 보듯 '방역이 확실히 잡혀야 학교 문이 활짝 열리고 경제회복 활동 본격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일정부분 이제 '철저한 생활방역과 경제활동 재개 등 일상 되찾기'가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투자활성화나 수출기업 지원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더 짜다.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보조금 신설에 200억원, 해외 첨단기업이 국내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할 때 지원하는 현금과 국고보조율을 상향하는데 30억원을 추가 배치한 것이 고작이다. 화상상담, 온라인 전시회 등 비대면 수출산업 지원에 445억원을 추가 투입하고, 항공·해운 운항 차질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수출기업에 물류비용 지원 113억원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세계경제 악화로 2분기 한국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저점이 불투명한 L자형 장기침체가 우려된다"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DB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DB
    차라리 재난지원금 더 줘라… 생활 SOC 투자 확대 긍정적 의견도

    때문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실질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서 2차, 3차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이 거론되는 이유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만큼 확실한 경기부양책은 아니지만, 공공일자리에 재원을 쏟아붓는 것보다는 '가성비'가 낫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국민에 20만원씩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추경 예산 편성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예산은 10조3685억원으로 이 지사는 예상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경제는 상당 기간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최소한 두세번 정도는 재난지원금을 더 지급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순환을 원활하게 하려면 공급보다는 수요를 보강해야 정상적인 순환이 가능한데 2~3차례 정도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한 경기도의 경우 코로나19로 급감한 카드 매출액이 예년 수준을 회복했고, 선별적 지원을 시행한 다른 광역 지자체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A 의원은 "수출대책, 일자리대책, 기업지원대책 등 내놓은 대책은 많은데 실효성 있는게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절벽에 내몰리는 국민이 체감할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하지만 '추가 지원금은 없다'고 선을 그은 재정당국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데다, 정부 이전소득을 계속 확대하는 것은 결국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것도 사실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재정당국을 맡는 입장에서 추가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SOC 사업에 인색했던 정부가 3차 추경안에 생활 SOC 사업을 확대한 것은 긍정적 신호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노후 터널·철도·건널목·하천 개선에 집중 투자하는데 5525억원을 투입하고,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망 및 와이파이(Wifi) 구축하는 등 생활 SOC 사업을 늘리고 있다. 지능형교통체계 구축(550억원), 모든 국가 하천에 원격 수문제어시스템 설치(1144억원), 노후 공공건축물에 고효율 단열재와 환기 시스템을 보강하는 그린리모델링(2352억원) 등도 포함된다. 1,2차 추경에서 재원확보를 위해 기존 SOC 사업을 대폭 줄여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국민에게 이전소득을 계속 지급하는 재정정책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잠재성장력을 키우는 SOC 투자가 조금이나마 늘어난 것은 그동안 여기에 인색했던 정부의 태도가 다소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