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교수 “국무총리실 산하 ‘건강질병정책평가연구원’ 설립 필수”국립감염병연구소 확대 개편됐지만 ‘원 헬스’ 개념에는 못 미쳐 실험 기반 연구소 기능과 동시에 정책적 방향성 진단하는 구조 형성돼야
  • ▲ 질병관리본부 전경. ⓒ질병관리본부
    ▲ 질병관리본부 전경. ⓒ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를 계기로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된다. 감염병 대응 시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서 독립해 인사, 예산권을 확보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청 승격으로 향하는 방향성은 대다수 전문가들도 동의했던 부분이지만, 현시점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포괄적 건강 및 질병, 감염병 관련 ‘씽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연구소의 부재다.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형태에 머무른 질병관리청 승격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국무총리실 산하 ‘건강질병정책평가연구원’ 설립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3일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대책위원장)은 본지를 통해 “원 헬스(One Health) 개념에 부합하는 형태로 정책 기조가 변화해야 한다는 전제를 두면, 단순히 질본의 강화된 조직개편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서 원 헬스(One Health)는 인간-동물-환경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감염병이 생길 수 있는 여러 원인을 연구하는 체계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력연구를 통해 정책개발은 물론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대응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 승격과 함께 국무총리실 산하 ‘건강질병정책평가연구원’ 설립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국가질병관리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며 질본 소속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이 연구소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을 중심으로 하는 ‘웻랩(wet-lab)’ 기반이기 때문에 정책연구는 주로 외부용역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질본 청 승격과정에서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를 확대 개편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신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구소 신설을 통해 감염병 감시부터 치료제·백신 개발 및 상용화까지 전 과정에 걸친 대응 체계를 구축해 국가 차원의 감염병 연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는 총리실 산하 정책연구원 설립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존 조직 내 확대 개편이 아니라 감염병 대응을 위해 범부처를 아우르는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기 교수는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감염병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정책연구원 설립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를 청 승격 관련 보완책으로 삼고 누군가는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도 신설 기관 설립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하는 측면이 있지만, 질본이나 복지부의 정책적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안부는 질본 청 승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복지부 소속기관이던 질병관리본부를 독립시켜 예산·인사·조직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감염병과 관련한 정책과 집행 기능도 실질적 권한을 갖게 된다.

    동시에 복지부 조직도 개편된다. 복지부 내 차관 직위 1개를 추가해 복지와 보건 분야에 1명씩 모두 2명의 차관을 두는 복수차관제를 도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