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물가 잇따라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0.3%'디플레이션 공포' 커져… 근원물가 상승률도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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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락 등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를 찍을 가능성이 커졌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저성장·저물가 추세로 디플레이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0.3%로 지난해(0.4%)보다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경기가 둔화하면서 물가상승률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줄곧 0%대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1.5%로 올라섰지만 2월 1.1%, 3월 1.0%, 4월 0.1%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0.3%로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건 지난해 9월(-0.4%) 이어 두번째다.
업계에선 저성장에 저물가까지 덮치면서 'D(디플레이션)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속 둔화하고 있어서다. 근원물가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산출한 지수다.
근원물가 지수는 지난해 7월(1.0%) 이후 10개월 연속 0%대 상승률에 머무르고 있다. 이 숫자는 지난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4월에 이어 낮은 수준을 2개월 연속 이어가는 것이다.
다만 정부와 한은은 디플레이션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마이너스 물가를 나타낸 건 코로나19 여파로 수요측 물가 압력이 약해진 가운데 국제유가가 폭락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 요인이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이라고 판단하기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주요국과 달리 생필품 등의 '사재기'가 없는 점도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서비스 물가도 0.1% 상승하는 데에 그쳤다. 공업 제품도 전년대비 2.0% 하락했다.
5월 이후에도 물가상승률은 저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긴급 재난지원금 효과로 인해 6월 물가상승률은 다소 개선될 수 있겠지만, 급격하게 위축됐던 소비가 단기간에 반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