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경제성장률 0.3% 전망… "금융위기 보다 어려워"미중 분쟁 이어 日 수출규제 위기도 재점화반도체 업황 부진 속 韓 경제 성장동력 삼성도 위기 봉착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제2공장(P2)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제2공장(P2) 전경. ⓒ삼성전자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한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삼성전자 또한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 등 대외리스크 재점화로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0.1%로 대폭 낮췄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과 어려운 대외여건으로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전자업계에서는 2분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코로나 확산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도 우리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분기 현재 국내 경기는 1분기의 급격한 충격 여파가 이어지면서 경기 바닥을 다지는 국면에 위치하고 있다"며 '비대칭 U자형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하반기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소비 회복이 빠르게 이뤄지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진단하며 3차 추경의 조기 집행을 주장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서는 "1차 무역전쟁의 관세 위주 전선에서 기술규제, 수출규제, 수입쿼터규제, 환율조작국 지정 등 전방위적 충돌이 예상된다"며 "이는 세계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우리 수출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한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반도체 소재 대란'의 재현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우리 법원이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압류결정문 공시송달을 지난 1일 결정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유감을 표하면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지난해 7월부터 있었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일본 정부의 직접적인 수출 규제 대상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이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거래처 다변화와 국산화에 노력하면서 대응했지만 아직도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 의존도가 높고, EUV용 포토레지스트도 일본 수입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이 규제 대상을 다른 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로 확대할 경우 제품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최근 한일 갈등이 재고조될 것으로 예상되자 내부적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하는 만큼 주력인 반도체를 비롯한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삼성전자의 지난해 수출액은 196조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 수출액 5402억달러의 약 30.1%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상 삼성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셈이다.

    문제는 현재 반도체 업황도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서버용 D램 DDR4 32GB 고정거래 가격은 143.1달러로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PC용 D램 고정거래 가격은 1개당 3.31달러를 기록, 전월 3.29달러 대비 0.6% 오르는데 그쳤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재택근무 활성화로 비디오스트리밍 수요 등이 증가하면서 클라우드 업체들의 수요 강세가 관찰됐지만 동남아에 자리한 각 업체들의 공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D램 출하 속도가 둔화돼 가격 상승이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D램 공급사들이 올 하반기 제품 생산 수율 향상으로 D램 공급량을 추가로 늘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D램익스체인지는 올 3분기 서버용 D램 판매가격이 제자리 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올 4분기 서버용 D램 가격은 공급량 증가에 따라 10%가량 하락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지속되면서 '사법리스크'에도 휘말려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가운데 미중 간 무역분쟁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