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책임론 두고 갈등 예고, 韓 틈바구니 껴 '난감'미중 패권다툼 30년 가까이 지속될듯 양국 모두 압박하반기 경제반등 '빨간불'…한중 수출경쟁 더 깊어질듯
  •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 1월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 1월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19 글로벌 위기 속에서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통상 갈등이 가속화되고 있다. 주요 국제기구는 하반기 세계경제 전망을 두고 완만한 반등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지만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될 경우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과 미국에 대한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제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양 국가 사이에서 한국이 어부지리를 얻는 반사이익 보다는 저성장 기조 지속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중국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위원은 18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양제츠 위원은 중국이 합의한 1단계 협의내용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하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방어하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홍콩 문제와 신장 위구르 사태 등 자국내 문제를 미국이 더이상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 입장은 완강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측이 회담을 가진 시각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는 당국자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법'에 서명하는 등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코로나 책임론으로 재발한 미중 무역통상 갈등

    양국 갈등의 골이 여전히 깊다는 것이 재확인되며 세계 경제 전망도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미중 관계 악화가 트럼프 대통령 재선 여부가 결정되는 연말 대선 이후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국 사이에 낀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지난해 한국 수출 감소율이 10.3% 기록했는데 대중국 수출은 16%가 떨어졌다"며 "미중 무역분쟁 등 대대적인 보호무역주의가 전세계에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코로나 팬데믹 책임론 공방으로 미중 갈등이 다시 표출되면서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싸워서 안될 싸움은 하지 않는 나라"라며 "2035년까지는 전략적으로 인내하겠지만 그 이후 10년간은 대치 관계, 2045년부터는 패권을 쥐겠다는 구상"이라고 내다봤다. 양국간 패권 다툼이 30년 가까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 1월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에따라 한국 수출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압박을 받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갈등과 함께 코로나 발병 이후 강화되는 리쇼어링이 세계화 시대 모범국가였던 한국에게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은 양국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느 일방의 기업과 관계가 깊어질 경우 경쟁상대국으로부터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고,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미중관계 향방은 변수가 있겠지만, 3분기에는 더욱 격화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변수 많은 중국, 한국기업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미중 갈등 속 중국이 내놓은 돌파 전략은 어떻게든 6% 이상 경제성장률(바오류)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면적 샤오캉(小康, 의식주 걱정 않는 안락한 사회) 구축을 내세우고 10억명 이상의 빈곤계층을 탈피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이 샤오캉 구축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을 살펴보면 놀랍도록 한국과 비슷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국은 내부적으로 올해 성장률을 6%에서 3%로 낮췄지만, 고용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재정의 상당부분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비대면 인프라 구축을 추가한 것도 공통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기업이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지점이 더욱 넓어진다는 얘기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경제실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올해 신규 취업목표는 900만명으로 올해 정부정책을 취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한 해 대졸 졸업생이 870만명에 농어촌 취업까지 합하면 1200만명이 목표가 돼야 하지만 많이 낮춘 수준"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중국 경제 둔화는 우리에게는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의 생산량이 떨어지면 중간재를 조달하는 우리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수용한 1단계 무역합의 이행여부도 변수로 작용한다.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을 중국이 구매하기로 한 내용은 대(對)중국 수출의존비율이 25%에 달하는 한국에게는 치명적이다.

    실제로 2017년 1421억달러와 2018년 1621억달러 등 꾸준히 늘어온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1362억달러로 16% 주저앉았다. 베트남(11.7%), 일본(6%), 중동(45.3%) 등 주변국들과의 교역량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양 위원은 "미중 1차 합의사항들을 분석했을 때 중국이 미국 요구 이행한다면 한국산 대체재 수출은 약 2% 가량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 40%는 중국의 한국기업.인데 이들이 어려워지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 1월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의 변화가 한국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중국의 올해 신형 인프라 투자규모는 약 1조7000억 위안(한화 약 289조원)에 이르고 향후 5년간 10조 위안(한화 약 1700조원) 쏟아붓는 등 연평균 15-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국기업이 진출하기 좋은 시장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7대 인프라 투자 분야를 보면 5G, 산업인터넷, 전기차 등 한국 기업이 주력으로 수출하는 사업들이 포진해 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는 가운데 중국도 5년간 48조 6000억위안(한화 약 8300조원)을 투입하는 '양신일중(兩新一重)'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한국 기업들에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관심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