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켜고 스마트폰 3대 충전해도 문제 없어한계령 내리막길 지날 땐 주행 가능 거리 31㎞ 늘어나충전 걱정 없이 어디든 '전기차 생활권' 열어
  • ▲ 2020년형 볼트 EV ⓒ한국지엠
    ▲ 2020년형 볼트 EV ⓒ한국지엠
    “전기차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심리적 장벽을 허물었다.”

    전기자동차 볼트 EV가 새롭게 돌아왔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14㎞로, 기존 대비 31㎞ 늘었다. 여기에 편의 사양을 더 채워 넣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최대한 끌어올렸다.

    지난 17일 2020년형 볼트 EV를 타고 서울 잠실동에서 강원 양양군까지 왕복 401㎞ 구간을 오갔다. 온종일 충전 걱정 없이 어느 지역도 쉽게 갈 수 있어 ‘진짜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실감나게 했다.

    2020년형 볼트 EV는 외모는 단정하지만 할 줄 아는 것이 많은 재주꾼 같았다. 몸집이 작아 보여도 문을 열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못잖은 공간 활용성이 눈에 들어온다. 엔진과 변속기 등 필요 없는 여러 부품을 빼고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처럼 설계를 했기 때문이다. 뒷좌석 바닥은 평평하게 만들었다.

    시동을 걸자 계기판에 주행 가능 거리는 410㎞를 나타내고 있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차창 밖 경적 소리만 들릴 뿐 이렇다 할 소음 하나 들리지 않는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주행 질감이 돋보였다.
  • ▲ 2020년형 볼트 EV ⓒ한국지엠
    ▲ 2020년형 볼트 EV ⓒ한국지엠
    쭉 뻗은 고속도로를 벗어나 구불구불한 한계령 구간을 달렸다. 내연기관이 버거워할 정도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랐다. 운전하는 내내 에어컨을 켜고 스마트폰 3대의 배터리를 충전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앞섰다.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220㎞.

    한계령에서 내리막길에 접어들기 전 회생 제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어를 ‘L’로 바꿨다. 이 기능은 속도를 줄일 때 손실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줄 뿐 아니라 감속 페달까지 통제할 수 있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속도가 붙고, 발을 완전히 떼면 멈춰서는 방식이다. 

    실제 써보니 발이 편안하면서도 회생 제동이 뛰어난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한계령을 지나 완전한 평지에 닫자 주행 가능 거리가 251㎞를 기록했다. 오히려 31㎞ 늘어난 것이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더 멀리, 더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서울 잠실동으로 복귀해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는 ‘주행 가능 거리 52㎞’라고 표시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 어느 곳이든 방전 걱정 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경쟁력을 몸소 체감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내비게이션의 부재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나 응용프로그램(앱)이 충돌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배터리를 얹은 특성상 코너 구간에서 차체 위쪽이 되려 무게중심이 쏠려 뒤뚱거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 ▲ 2020년형 볼트 EV ⓒ한국지엠
    ▲ 2020년형 볼트 EV ⓒ한국지엠
    2020년형 볼트 EV는 66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했다. 공급은 LG화학이 맡았다. 기존보다 효율을 높였고, 급속 충전 시 1시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된다. 최고 출력은 204마력이다.

    연식 변경을 거치면서 후방 카메라를 개선하고 주차할 때 사방이 훤히 보이는 서라운드 뷰 기능 등을 추가 탑재했다. 판매 가격은 트림(세부 모델)별로 4593만~4814만원(구매 보조금 제외)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테슬라와의 경쟁력 수준을 묻는 질문에 “100년 넘게 안전 철학을 지키며 만든 만큼 태생이 짧은 테슬라보다 우위에 있다”며 “품질과 사후서비스(AS) 등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한국지엠은 현재 전국 서비스센터 98곳에서 수리 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5년간 편도 80㎞ 이내 무상 견인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