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의도적 불법요청 확인절차 생략 이해불가" 이메일 발송 및 펀드넷 펀드명세서 기재 내용 확인업계 "現제도 헛점 악용시 향후에도 사기 속수무책"
  • 옵티머스 사기혐의 불똥이 한국예탁결제원과 주 판매사 NH투자증권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일반사무관리회사로서의 제한된 의무와 업무처리에 충실했다는 입장이지만 NH투자증권은 공공기관으로서 운용사의 눈에 보였던 불법 명칭변경 요청을 거르지 않고 기계적 업무 처리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운용은 투자자, 판매사는 물론 자산 보관·관리사와 펀드 기준가격 등 회계장부를 관리하는 기관까지 속여 펀드를 판매했다.

    이는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물론 사무관리회사 예탁결제원도 옵티머스운용의 의도적인 조작에 피해를 봤다는 주장의 출발점이다.

    실제 옵티머스운용은 지난 4월 예탁결제원에 매출채권 인수 등록 요청 이메일을 보냈다.

    문제는 모은 자금을 씨피엔에스,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등 현재 부실채권으로 밝혀진 곳에 투자했고, 이들의 이름을 채권명으로 등록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지만 옵티머스운용은 이들의 채권명을 각각 '한국도로공사매출채35', '한국토지주택매출117'로 붙여 예탁결제원에 채권등록 요청을 했다는 점이다.

    이메일 첨부파일에는 씨피엔에스와 대부디케이에이엠씨 인수계약서를 넣었다.

    옵티머스운용이 실제 명칭과 다른 투자처의 인수계약서 첨부파일을 예탁결제원에 의도적으로 보낸 것인지는 현재로선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외형적으로는 한국도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매출채권이지만 실제로는 씨피엔에스와 대부디케이에이엠씨에 자금이 들어갔다는 내용의 이메일로 볼 수 있다.

    이메일을 수신한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운용의 요청을 그대로 접수해 반영했다.

    6월15일 기준일로 펀드명세서상에는 '한국도로공사매출채35', '한국토지주택매출117'의 보유수량이 각 100억원씩 기재돼 있다.

    NH투자증권은 이같은 과정을 들며 옵티머스운용의 사기 피해자임을 주장함과 동시에 한국예탁결제원의 업무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예탁결제원의 펀드넷을 통해 펀드가 정상운용(한국도로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을 확인했지만 예탁결제원이 옵티머스운용의 이메일 첨부파일(씨피엔에스·대부디케이에이엠씨 인수계약서)과 명칭을 대조하고 확인절차를 거쳤다면 펀드명세서가 잘못 기재될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NH투자증권측은 "옵티머스운용을 찾아가 예탁결제원의 시스템(피카)을 통해 펀드명세서를 확인했다"며 "펀드명세서에는 공공기관매출채권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운용사에서 보낸 종목명변경 이메일도 확인했고, 첨부된 인수계약서도 확인한 상태"라며 "판매사나 투자자들은 공신력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시스템을 통해 정상운용을 확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상 펀드명세서는 주식의 잔고증명서와 같은 개념으로 이곳에 기재된 내용을 토대로 판매사나 투자자들은 자금 흐름을 파악한다.

    법인 역시 펀드명세서를 요청할 경우 운용사가 직접 법인에게 전달하지만 펀드명세서 자체가 잘못 기재될 경우 착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은 "이같은 부분에서 예탁결제원이 펀드명세서 위조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특히 공공기관으로서 운용사 요청 또는 지시에 따라서만 움직인다는 논리로 빠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탁결제원은 운용자산·가격산정자산 대조 의무가 없다는 주장으로 관리부실과 방관 책임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실제 운용 자산과 가격 산정 자산을 대조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철영 예탁결제원 전무는 "옵티머스운용에서 종목명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받은 뒤 그 내용을 확인하고, 운용책임자로서 사모 사채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고 복층구조라는 설명을 들어 요청대로 입력했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일반사무관리회사와 신탁업자를 비교해 설명했다.

    예탁결제원은 일반사무관리회사로 기준가 계산 등 위임사무를 처리하지만 통상적으로 수탁회사로 불리는 신탁업자가 가진 수익자 보호와 신탁재산 관리 임무는 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탁업자(구 수탁회사)와 일반사무관리회사(구 일반사무수탁회사)가 명확히 구분돼야 함에도 업계가 이를 하나로 판단해 신탁업자의 권한인 자산운용 시정 요구권, 자료제출 요구권을 예탁결제원도 갖고 있다는 착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무는 "계산업무 대행업무시 계약서에 대한 오류나 사기를 검증할 수 없고, 계산사무대행자의 업무 경계도 명확치 않다"며 "거론되는 잔고대사의무 역시 예탁결제원은 운용사의 요청 없이는 업무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 역시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인 보관함 관리자에 책임 묻는 꼴"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NH투자증권측은 예탁결제원이 '사무대행사'라는 생소한 단어를 사용해 책임을 면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두고 결과적으로 현 제도의 헛점을 악용할 경우 의도적인 사기도 사전에 막을 수 없다는 사례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언젠가는 터질 사태가 이제서야 터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시스템을 통해서는 거짓으로 거래 명세서를 제출하고 펀드명세서에 기입·출력되더라도 판매사나 투자자들은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판매사와 사무관리사간의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