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국가채무 국제비교보고서 "한국 적정 국가채무비율 40%"기축통화 없고 대외의존도 높아 기축통화국 따라하면 정책적 오류35년된 구식 부채산정…IMF 기준 적용하면 OECD 평균 육박
  • 한국의 재정구조와 대외의존도 등을 고려할때 국가부채비율 적정선은 40% 안팎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올해 3차에 걸친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면서 당초 국가부채율 목표치였던 39.8%를 훌쩍 뛰어넘어 45%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3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국가채무 국제비교와 적정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지난 2000년부터 연평균 4.4%씩 증가하고 있다. OECD 34개국중 4번째로 빠르다. 이는 재정위기 국가로 꼽히는 그리스(3.1%), 이탈리아(1.2%), 포르투갈 (4.0%), 일본(2.9%)보다 빠른 수준이다.

    올해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역대급 추경을 편성하면서 나라빚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만 국가채무 111조가 증가하며 지난해 37.1%였던 국가채무비율은 연말까지 43.5~46.5%로 치솟을 전망이다.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에 따라 달라지는데 올해 경상성장률 -2%를 대입하면 국가채무비율은 45.4%로 추정된다. 올해만 국가채무비율이 8.3%p 뛰어오르는 것으로 IMF 외환위기인 1998년 3.8%p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한경연은 1989년~2018년의 OECD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채무비율의 적정수준은 기축통화국 유무와 대외의존도에 따라 적정수준이 크게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기축통화국의 적정수준은 97.8%~114%에 달하는 반면 비기축통화국의 적정수준은 37.9%~38.7%에 그치고 있어 두그룹간 격차가 약 3배에 달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국개방경제 14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적정 국가채무비율이 41.4%~45%로 추정됐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40%가 적정 국가채무비율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 일본, 영국 등 기축통화국은 아무리 빚이 많아도 발권력을 동원할 특권을 갖고 있어 국가부도 위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비기축통화국이 이들 국가를 따라할 경우 심각한 정책적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기축통화국이 만성적 재정적자에 빠지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지고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자국화폐와 국채는 외국투자자로부터 기피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를 발행하면 초 인플레이션과 환율급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부도위기에 직면하기 때문에 비기축통화국은 국가채무비율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수출입 변동성이 크고 경상수지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비한 국가채무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 국가채무 국제비교(위)와 국가별 국가채무비율 연평균 증가율(2000~2018, 아래)ⓒ한경연
    ▲ 국가채무 국제비교(위)와 국가별 국가채무비율 연평균 증가율(2000~2018, 아래)ⓒ한경연
    2014년식 IMF 산정방식 적용하면 채무비율 급증

    더 큰 문제는 45% 안팎으로 전망되는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진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진국 비해 유독 많은 공기업 부채, 연금충당부채를 합쳐야 실질적인 국가부채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OECD와 EU 회원국들은 모두 IMF에서 2014년에 개정한 정부재정통계(GFS)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말하는 40%대 국가채무비율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채(D1)를 뜻하는 것으로 IMF가 1986년에 제정한 구식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3차 추경안을 추진하면서 언급한 "우리 국가 재정은 OECD 국가 평균 부채비율 110%에 비해 크게 낮아 매우 건전한 편"이라는 해석은 IMF가 권고하는 공공부문 부채(D3)와 연금충당부채를 모두 더한 수치(D4)로 비교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공공부문 부채는 아직 결산되지 않았지만 2018년 기준으로만 봐도 일반정부채무(D2) 759조7000억원에 공공부문 부채 1078조원과 연금충당부채 939조9000억원을 합하면 총 국가부채는 2017조9000억원에 달한다. GDP대비 국가부채비율은 106.5%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에도 이미 한국의 부채비율은 OECD 평균에 육박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공기업 부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원전 등 정부정책이 도입되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총액은 525조1000억원으로 2018년 대비 21조4000억원(4.2%) 증가했다.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률과 세계 최고 수준인 고령화 속도도 국가채무비율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10년까지 유소년부양비가 노년부양비보다 많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인구 진입과 기대수명 증가로 노년부양비는 올해 40.7명에서 2060년에 80.6명으로 2배 증가할 전망이다. 어린이 부양을 포함할 경우 2060년에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101명(노인 80.6명과 어린이 20.5명)을 부양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현 정부 출범 4년만에 국가채무가 213조원이 증가했다"며 "정부 스스로 재정규율을 지키지 못한다면 강제성을 수반한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재정준칙 준수 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 설립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