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책임지는 모습' 강조…이젠 "자리연연 안해"국토교통비서관 등 靑참모진 교체…9월전 개각 가능성야당·시민단체 "경질해야"… 주택공급대책 분수령되나
  • ▲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후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후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부동산정책의 잇따른 헛발질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교체설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1년전 개각설이 돌았을때 '책임지는 모습'을 강조했던 김 장관이 최근엔 '자리에 욕심이 없다'는 반응이나타내 그 발언의 배경과 청와대의 결심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인사를 단행했다. 눈길을 끄는 건 국토교통비서관에 하동수 국토부 주택정책관을 내정한 것이다. 다주택 보유로 논란이 된 윤성원 현 비서관은 교통분야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과거 건설부 시절부터 주택·택지·도시분야 업무를 맡아온 '주택통'으로 분류된다. 주택통중에도 윤 비서관이 수도권 정비와 지역개발정책 등을 담당했던 국토정책관 출신이라면 하 내정자는 주택공급 등을 총괄하는 주택정책관 출신이다. 하 비서관 임명은 부동산정책 실패로 여론이 들끓자 정부가 뒤늦게 주택공급에 열을 올리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김 장관 교체로 이어질지다. 정치권 안팎에선 개각설이 나돈다. 오는 9월1일 막이 오르는 제21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 앞서 개각이 단행될 거라는 관측이 많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내년부터 본격화할 대선정국을 고려할때 정기국회 이전이 내각을 새로 꾸릴 적기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 장관의 유임 가능성을 제기한다. 청와대는 하 비서관을 내정한 배경에 대해 "부동산정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헛발질 논란에도 부동산정책 방향을 고수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김 장관을 교체하려 했다면 벌써 했을 거라는 의견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 답하며 김 장관과 관련해 "부동산문제의 정상화,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일을 잘할 수 있게 뒷받침해 주고자 한다"고 신임 의사를 밝혔다. 김 장관 체제를 유지하되 주택공급 담당 출신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업무 조율에 나서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참모진에 대한 질책성 인사로 김 장관에 대한 경질론을 사전 차단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 ▲ 아파트.ⓒ뉴데일리DB
    ▲ 아파트.ⓒ뉴데일리DB
    반면 부동산정책 실패로 싸늘해진 국민 여론을 돌리기 위해 청와대가 국토부장관 교체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도 김 장관 경질론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4일 성명을 내고 "국토부는 수많은 정책 실패와 거짓 정보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면서 김 장관의 경질을 주장했다. 김 장관은 23일 대정부 질문에서 현 정부 들어 부동산값이 얼마나 급등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11%쯤 올랐다"고 답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미래통합당은 대변인 서면 논평을 통해 "김 장관은 어느 나라에 살고 있나. 국민 인식과 한참 동떨어진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토부가 밝힌 서울아파트값 상승률(14%)보다 낮은 전체 주택 상승률로 답한 것"이라며 "국토부는 정권별 아파트값 상승률에 관한 공개질의에 이명박 정부 마이너스(-)9%, 박근혜 정부 12%, 문재인 정부 14%로 답했다. 문재인 정부 3년간 상승률이 14%라면 과거 정부 약 9년간의 상승률 3%보다 5배나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취임때부터 통계 왜곡 논란에 휩싸였었다. 그는 2017년 6월23일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파워포인트 자료로 프레젠테이션까지 하며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당시 김 장관은 5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 통계를 제시하며 투자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 4구에서 29세 이하의 거래량이 각각 50% 이상 늘었다고 편법·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해당 자료에서 실제 거래량은 밝히지 않아 통계를 의도적으로 왜곡·전달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거래량이 워낙 적다보니 1년간 34건만 증가했는데도 증가율은 50% 이상으로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내정됐을때부터 전문성 부족과 시한부 장관설에 시달렸다. 김 장관은 의원 활동 경력상 국토부와 다소 거리가 멀었다. 2014~2015년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경험은 있으나 주로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해온 '예산통'으로 분류됐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도시재생 뉴딜정책 등을 고려할때 국토 현안에 밝은 후보자가 내정될 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하마평에도 오른적 없던 예상 밖의 인물이 지명되면서 국토부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용 경력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 ▲ 올 초 4·15총선 불출마 선언하며 울먹이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왼쪽).ⓒ연합뉴스
    ▲ 올 초 4·15총선 불출마 선언하며 울먹이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왼쪽).ⓒ연합뉴스
    세종 관가에선 총선을 앞두고 최정호 전 국토부 차관이 '다주택자'로 찍혀 낙마하면서 김 장관의 스텝이 꼬였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권교체 초기 정치인 출신 장관이 정부 입맛에 맞게 정책방향을 설정한 후 적당할때 전문가 출신으로 교체하면서 정책을 끌고 갔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장관과 함께 초대 내각에 합류했다가 해운·항만 분야 전문가인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바통을 넘기고 여의도로 복귀했던 김영춘 전 장관의 행보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김현미 장관은 이후에도 4·15 총선 출마 의지를 고수하다 올 1월3일에야 '울며 겨자 먹기'로 눈물의 불출마 선언을 했다. 겉으론 안정적인 내각을 강조했지만, 속내는 최 전 차관의 낙마로 마땅한 후보자를 찾지 못한 데다 교통분야를 총괄했던 김경욱 제2차관마저 금배지를 노리고 자리에서 물러났던 게 컸다.

    김 장관은 지난 23일 대정부질문에서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절대 자리에 연연하거나 욕심이 있지 않다"고 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6월24일 장관 취임 2주년을 맞은 국토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산적한) 현안과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며 "(국토부) 정책과 관련해 갈등이 많았다. (앞으로) 함께 합심해서 해결해 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문 대통령이 경제라인인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을 임명한 지 7개월 만에 동시 교체하면서 개각설이 제기됐던 때였다. 1년여 만에 다시 불거진 개각설·경질론과 맞물려 "책임지겠다"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로 태도가 바뀐 김 장관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결심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이르면 28일쯤 나올 것으로 알려진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한편 김 장관은 오는 9월22일이면 역대 최장수 국토부장관이 된다. 57일 남았다. 기존 기록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1187일간 장관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