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살아나며 반도체와 쌍끌이…생산4.2%·소비2.4%·투자 5.4% 동반↑4·5월 급감 따른 기저효과도… 소비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경기지표 동행·선행지수 5개월만 동반상승…소매판매·코스피 덕분정부 "3분기 반등 가능성" 낙관론… 미중 갈등·코로나 2차 유행 등 악재 여전
  • ▲ 자동차 수출선적 부두.ⓒ연합뉴스
    ▲ 자동차 수출선적 부두.ⓒ연합뉴스
    지난달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로 부진했던 자동차 생산이 모처럼 산업생산 증가를 견인했다. 자동차와 반도체가 쌍끌이로 제조업 생산을 이끌면서 광공업 생산은 앞선 달보다 7.2% 증가했다.

    생활방역으로의 전환, 긴급재난지원금 살포 등에 힘입어 숙박·음식점 등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도 석달 연속 증가했다. 투자도 반등했다. 산업생산·소비·투자가 동반 상승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대표적인 경기지표인 동행지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개월 만에 반등했다.

    정부는 3분기 이후 경기 반등 가능성이 커졌다며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 2차 대유행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제조업 생산 석달만 증가… 코로나19 이전 회복은 아직

    31일 통계청이 내놓은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림어업을 제외한 전(全) 산업생산(계절조정) 지수는 106.9(2015년=100)로 전달보다 4.2% 증가했다. 6개월 만에 반등했다. 자동차를 비롯해 제조업과 공공행정이 증가를 견인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공공행정에서 생산이 늘어 0.7% 증가했다. 광공업과 서비스업, 건설업에서 생산이 줄었지만, 공공행정에서 나 홀로 생산이 늘었다.

    광공업 생산은 광업(2.4%)과 제조업(7.4%), 전기·가스업(3.7%) 모두 늘어 전월보다 7.2% 증가했다. 2009년 2월(7.3%)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5월 수출이 급감했던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제조업 생산은 1차 금속(-1.1%)에서 감소했으나 그동안 부진했던 자동차(22.9%)는 물론 반도체(3.8%), 전자부품(13.7%) 등에서 늘어 전월보다 7.2%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주요국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자동차 수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는 서버용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늘어 수출 효자 노릇을 했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자동차(-13.4%)는 줄고 반도체(23.9%)는 늘어 희비가 엇갈렸다.

    제조업 출하는 앞선 달보다 8.4% 증가했다. 자동차(24.5%), 화학제품(5.5%), 통신·방송장비(27.9%) 등에서 모두 늘었다. 5월과 비교해 내수는 7.3%, 수출은 9.8% 각각 증가했다. 수출 출하 증가는 1987년 9월(19.2%) 이후 33년 만에 최대 폭이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관과 비교하면 내수는 1.5%, 수출은 3.5% 각각 감소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진 않았다.

    제조업 재고는 화학제품(-5.9%)과 1차 금속(-4.2%), 반도체(-3.7%) 등에서 줄고 전자부품(12.9%), 식료품(2.8%) 등에서 늘어 앞선 달보다 1.4%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율은 117.1%로, 앞선 달보다 11.5%포인트(P) 내렸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03.8로, 앞선 달보다 0.1% 늘었다. 생산능력지수는 사업체가 정상적인 조업환경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량을 뜻한다. 반도체(1.0%), 기계장비(0.7%), 종이제품(0.4%) 등에서 는 반면 기타 운송장비(-5.1%), 전기장비(-0.5%), 전자부품(-0.1%) 등에서 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8.3%로, 앞선 달보다 4.9%P 상승했다.
  • ▲ 6월 산업활동동향 발표.ⓒ연합뉴스
    ▲ 6월 산업활동동향 발표.ⓒ연합뉴스
    서비스업 생산은 부동산(6.3%)과 학원 등 교육(5.4%), 금융·보험(2.8%), 도·소매(2.2%), 운수·창고(2.8%) 등에서 증가해 앞선 달보다 2.2% 올랐다. 정보통신(-4.4%)은 감소했다. 지난 4월 들어 석달 만에 반등한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부동산 서비스는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 실패로 집값이 요동을 치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4월 1.1%, 5월 4.0%, 6월 12.6%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교육은 실업자 급증에 따른 직업훈련 증가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운수·창고는 항공운송업에서 줄었으나 육상운송업에서 늘었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18.2로 전달보다 2.4% 늘었다. 지난 4월 넉달 만에 반등한 후 석달 연속으로 증가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4.1%), 의복 등 준내구재(4.7%)와 화장품 등 비내구재(0.4%) 판매가 모두 증가했다. 내구재는 신차 출시 효과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축소 예정 등이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의복 등은 이른 더위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여름옷 구매 수요가 늘어 지수를 끌어올렸다.

    소매판매액은 40조43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늘었다. 소매업태별로는 1년 전보다 면세점(-42.4%), 전문소매점(-6.5%), 백화점(-3.2%), 대형마트(-2.4%)는 줄었으나 승용차·연료소매점(29.4%), 무점포소매(25.8%), 슈퍼마켓·잡화점(1.5%), 편의점(1.6%) 등은 각각 늘었다. 통계청은 소비지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5.4% 늘었다. 한 달 만에 감소에서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7.2%), 정밀기기 등 기계류(4.7%) 등의 투자가 늘었다. 국내 기계 수주(선박 제외)는 전기업 등 공공(350.5%), 컴퓨터·영상음향통신·전자부품 등 민간(2.3%)에서 모두 늘어 지난해보다 19.0% 증가했다.

    건설업체의 실제 시공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토목(-0.3%)은 감소했으나 건축(0.7%) 공사 실적이 늘어 전달보다 0.4% 증가했다. 건설수주(경상)는 주택 등 건축(67.5%), 발전·통신 등 토목(32.7%)에서 모두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2% 증가했다. 발주자별로는 공기업 등 공공(79.7%)·부동산업 등 민간(54.4%), 민자(240.9%)에서 모두 늘었다.

    경기지수는 넉달간 이어진 내림세를 끊고 동반 상승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6.7로 전달보다 0.2P 올랐다. 소매판매액과 서비스업생산지수가 증가를 이끌었다.

    앞으로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달보다 0.4P 올랐다. 수출입물가비율, 재고순환지표 등이 감소했으나 코스피, 건설수주액 등이 증가한 게 원인으로 분석됐다.
  • ▲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2분기 생산 줄고 소비·투자 늘어… 정부는 낙관론, 대외 악재는 여전

    올 2분기 산업활동동향은 생산은 1분기보다 3.5% 감소하고 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6.5%,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생산은 3.4% 준 반면 소비는 1.9%, 설비투자는 6.3% 각각 늘었다. 특히 생산은 지난해 4분기 0.9% 증가 이후 올 1분기(-1.2%)와 2분기(-3.5%)로 이어지면서 감소 폭이 커졌다.

    산업생산지수는 2분기 연속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음료, 의약품 등에서 증가했으나 반도체, 자동차 등이 줄어 1분기보다 7.1% 감소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5.1% 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6.6%로 1분기(73.5%)보다 6.9%P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74.6%) 이후 내림세다.

    서비스업 생산은 금융보험과 협회·수리·개인에서 늘었으나 운수·창고, 예술·스포츠·여가 등에서 줄어 1분기보다 1.5% 감소했다.

    2분기 소비는 음식료 등 비내구재는 줄어든 반면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늘어 소매판매액지수가 1분기보다 6.5%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7.4%), 자동차 등 운송장비(1.6%) 투자가 늘어 1분기보다 5.7%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6.3% 늘었다. 다만 설비투자는 1분기(-3.0%)와 지난해 1분기(-5.0%)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국내 기계수주는 자동차 등 민간부문(-5.5%)에서 감소했으나 전기업 등 공공부문(138.8%)에서 증가해 지난해보다 1.0% 늘었다. 지난해 1분기(-10.0%)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한몫했다.

    건설기성은 건축(-5.1%)과 토목(-2.4%) 모두 공사실적이 줄어 1분기보다 4.3%, 1년 전보다 3.8% 각각 감소했다. 건설수주는 토목(-0.8%)은 줄고 건축(20.9%)은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 증가했다.

    생산지수 감소 폭이 커지고 제조업 가동률도 세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는 등 산업생산 지표가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는 올 3분기 이후 경기가 반등할 거라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에서 "6월 산업활동동향이 생산·지출의 구성지표가 모두 좋아지는 등 개선 조짐이 한층 뚜렷해졌다"면서 "3분기 경기 반등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 차관은 미국이나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선방했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은 -9.5%와 -10.1%로, 각각 1947년과 1991년 관련 통계작성 이래 최저치다. 김 차관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 위기는 아직 진행형"이라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3분기 경기 반등을 끌어낼 수 있게 비상한 각오로 모든 정책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분기 이후에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와 코로나19 2차 대유행 예고 등 글로벌 교역 여건 변화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언제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는 미국의 코로나19 재유행이 다음 달 말쯤 시작해 10월1일까지 사망자가 18만여명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도 코로나19 재확산에 경계태세를 다시 강화하고 나섰다. 스페인, 벨기에 등에서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영국과 독일 등은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을 대상으로 검사와 격리를 의무화하는 등 대응태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재유행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