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용 고압산소챔버 도입, 화재 등 응급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 확보 당뇨발·버거씨병 등 만성질환자도 건강보험 적용 가능 시간대별 구분한 수가 체계의 한계, ‘인건비 보전’도 어려운 실정
  • ▲ 김인병 명지병원 고압산소센턴장. ⓒ명지병원
    ▲ 김인병 명지병원 고압산소센턴장. ⓒ명지병원
    2018년 12월 고3학생 10명이 수능시험을 마치고 강원도 강릉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이튿날 숙소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사고로 3명이 숨지고 7명이 장기간 치료를 받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권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 차원에서 안타까움이 컸다. 대다수 거주지가 경기도에 있었던 학생들이었는데, 도내에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문제를 인식하고 경기북부에는 명지병원, 경기남부에는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을 지정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센터’ 설치를 위해 22억원을 예산을 투입했다. 명지병원은 얼마 전 고압산소센터를 오픈했고 권역응급 안전망 가동을 시작했다.

    최근 본지와 만난 김인병 명지병원 고압산소센터장(응급의학과,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뚜렷한 문제 인식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압산소센터가 만들어졌다. 당초 올초에 개소를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다소 일정이 미뤄졌던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기존 고압산소치료 시스템을 갖춘 병원은 강원도쪽에 포진해있었다. 잠수병 등 특수한 질환에 적용된다는 인식이 크다 보니 강릉아산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을 중심으로 체계가 형성됐다. 수도권에서 환자가 발생해도 강원도로 이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명지병원에는 12~14명이 동시에 산소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다인용 고압산소챔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긴급한 응급중증환자에 대한 골든타임 내 적기 치료가 가능해졌다. 

    고압산소치료는 챔버 안에서 대기압보다 2~3배가량 높은 고압산소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다량의 산소를 체내 혈액 속에 녹아들게 해 몸 곳곳에 산소를 공급하고, 저산소증으로 나타난 여러 질환의 증상을 개선해준다.

    주로 화재 등에 따른 급성 일산화탄소중독 및 가스색전증과 같은 중증 환자 치료에 24시간 대응한다. 잠수병은 물론 화상, 당뇨발, 뇌농양, 골수병, 버거씨병 등 만성질환 치료에도 효과가 입증돼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김인병 센터장은 “센터 개소와 동시에 집중해야 할 부분은 고압산소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확장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해외의 자료를 기반으로 치료기준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국내 기준을 정립하는 방향성을 모색할 것이다. 이러한 숙제를 하기 위해 관련 학회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근거를 생산해 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 명지병원에 설치된 고압산소챔버 내부. ⓒ명지병원
    ▲ 명지병원에 설치된 고압산소챔버 내부. ⓒ명지병원
    ◆ 저수가의 아쉬움, ‘수가 세분화’ 적용 필수  

    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고압산소 치료와 관련해 저수가 체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공병원이 아닌 병원에서 고압산소치료를 진행하는 것은 부담이 따른다. 

    실제로 2시간 미만의 고압산소챔버 치료시 8만4000원, 2시간 이상은 21만원 수준의 수가가 책정됐다. 외래환자의 경우 50%의 본인부담이 적용되니 약 4만원이면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김 센터장은 “병원 경영상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환자가 많아져도 수익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다. 고압산소치료에 쓰이는 일회용 마스크는 4만원 수준이고 호스는 2만원이다. 이 부분은 수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재료대는 병원 부담인데, 언제 응급환자가 발생할지 몰라 24시간 운영되는 구조다. 인력배치의 부담이 큰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도 공공의료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해 센터를 개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원활한 고압산소치료를 진행하기 위해서 수가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급여기준은 시간단위로만 책정된 상태인데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그는 “만성질환자의 경우는 의사가 고압산소챔버에 동행할 필요가 없지만, 응급환자의 경우는 의료진이 같이 들어가야 한다. 치료과정 상 난이도 자체가 다른데 동일수가가 적용되는 것은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가체계 개선 등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