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일산병원, '시설 입소 여부'가 처방빈도 높이는 요인 지적 '항우울제·항정신병약물·수면진정제' 등 사용량 관리체계 미흡비약물 처방 가능한 전문인력 확보 등 제도적 지원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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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은 치매환자의 요양원 등 요양시설 입소 빈도가 많아지는 가운데 향정신약물 처방빈도와 용량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수년째 관련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은 상황으로 적극적 제도적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내부 연구과제로 '요양시설 입소 노인들의 향정신약물 사용현황 및 이에 따른 결과(연구책임자 이정석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진행하고 현재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이번 연구는 2002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맞춤형데이터와 장기요양DB를 연계해 분석됐고 총 12만1,552명의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 중 시설 입소자는 9만110명이고 시설 비입소자는 5만1442명이었다. 

    쟁점은 치매환자 중 시설 입소자가 시설 비입소자에 비해 항우울제, 항정신병약물, 수면진정제 모두에서 처방 빈도가 높고 처방 용량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망률과 뇌혈관질환, 골절 등 중대한 부작용에 취약했다. 

    먼저 항우울제 처방과 관련 시설 입소자 9만110명 중 2만3,107명(25.6%), 비시설입소자 5만1,442명 중 9,388명(18.3%)가 처방을 받았다.

    시설 입소 여부가 항우울제 처방빈도에 영향을 주는 주 요인이었다. 연구진은 "모든 변수를 통제했을 때 시설에 입소한 경우, 항우울제를 처방받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항정신병약물 처방을 받은 사람은 시설입소자 9만110명 중 4만286명(44.7%), 비시설입소자 5만1,442명 중 1만300명 (20.0%)으로 격차가 더 컸다. 

    항정신병약물 처방을 받은 군은 처방을 받지 않은 군에 비해 연령이 더 낮고 남성인 경우가 더 많았다. 향정신병약물도 항우울제와 마찬가지로 시설 입소 여부가 처방빈도가 많아지는 주 요인으로 기록됐다. 

    수면진정제 처방기준도 취약한 상태였다. 시설입소 치매환자 중 절반의 넘는 6만2846명(51.2%)이 처방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요양시설 입소 치매환자는 향정신약물 처방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높았다. 여기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사망률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 대상자인 14만1,552명 중 8민9,916명(63.5%)가 연구기간 중 사망했다. 구체적으로 시설입소자 90,110명 중 5만8,014명(64.4%), 시설비입소자 5만1,442명 중 3만1,902명(62.0%)가 사망했다.

    변수별로 분석하면 향정신약물 처방군에서 사망률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기본적으로 향정신약물을 복용한 경우 사망률이 높아졌다. 거주지역으로 보면 서울보다 경기도, 광역시, 기타지역인 경우 사망률이 높았고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는 사망률이 다소 낮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뇌혈관질환, 골절, 욕창의 이환율이 높았다. 이는 다른 모든 변수를 통제하였을 때도 유의미 한 결과였다. 이는 예상대로 기존의 연구결과들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는 향정신약물을 치매환자에게 사용할 경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으로 치매환자에게 향정신약물을 처방할 때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 시설 입소 치매환자 사망률 관련 지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 시설 입소 치매환자 사망률 관련 지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 요양시설 인력구조 등 전반적 개편 필요 

    결국 치매국가책임제, 완화된 장기요양보험 수급판정 등으로 이 같은 문제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시점 요양시설 입소 치매환자를 안정적으로 돌보기 위해서는 전반적 개편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치매환자의 정신행동증상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별화된 치료계획수립과 맞춤형 비약물적 치료 시행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요양시설에서는 인력난으로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한 추가인력 확보가 선결과제다. 이에 합당한 보상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치매환자들의 향정신약물 처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통한 비약물적 집중치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나 관련 학회 차원에서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현재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의 경우 현실인식훈련, 운동요법, 음악활동, 인지자극 훈련 등을 제공하도록 정해졌지만 평가는 받지 않는 실정이다. 정신행동증상이 호전됐는지 여부에 대해 주기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낙상, 감염 등 지표 산출 방법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부작용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개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 부분은 제도적 뒷받침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