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여당·정부와 ‘의대정원 확대 중단’ 담긴 합의서 서명 대전협 “의협의 독단적 결정, ‘파업 중단’ 따를 수 없어”7일 개원가 중심 3차 파업은 중단… 전공의 복귀 시점은 ‘미지수’
  • ▲ 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 중단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했다. ⓒ정상윤 기자
    ▲ 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 중단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했다. ⓒ정상윤 기자
    철회가 아닌 ‘원점 재검토’가 담긴 합의서로 의료계 파업이 중단된다. 코로나 시국 속 의료 붕괴가 예고된 상황에서 급한 불은 껐다. 

    문제는 반쪽짜리 합의였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 의사사회 기성세대는 수긍했으나 ‘젊은 의사’들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이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남은 숙제는 세대갈등으로 번진 의료계 내홍 극복이다. 

    대한의사협회는 4일 오전 민주당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오후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복지부와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 중단’과 ‘의정 협의체’ 구성을 골자로 하는 5개 조항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를 근거로 의협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한다”고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합의서에는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의협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지역수가를 포함한 지역의료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 실질적 개선,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비롯한 주요 보건의료 현안도 함께 협의한다. 

    보건의료정책 관련 최고심의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선 과제에 대한 논의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최대집 의협회장은 “비록 철회가 들어가 있진 않지만 ‘중단 후 원점 재논의’는 사실상 같은 의미로 생각해서 잘 만들어진 합의안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철저히 이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 ▲ 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간 합의문 체결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간 합의문 체결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젊은 의사들은 “수용 불가”… 기성세대 “일단 병원으로 복귀”

    의료계 종주단체인 의협과 여당, 정부가 파업 중단을 결정하는 합의문에 서명한 상태지만 이번 사태의 중심축인 전공의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실질적 논의와 결정 과정에서 빠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4일 오후 의협과 복지부의 합의문 체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반발한 전공의들 수십명이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졸속 행정도, 졸속 합의도 모두 반대한다”라고 항의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지난 3일 진행된 범의료계 4대악저지투쟁특별위원회(이하 범투위) 회의에서는 의협이 제시한 협상안 초안에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 대표가 수정 의견 등을 제시했다. 

    최종안을 마련하면 범투위를 총괄하는 최대집 회장이 각 대표에게 이를 회람하기로 했으나, 이를 준용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는 것이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의협과 복지부간 합의문 서명이 이뤄진 시점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의협은 최종 합의안이 발표되기 전에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 단체들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 의사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합의안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의협의 단체행동 중단 결정을 따를 수 없다. 향후 집단행동의 여부는 젊은 의사들의 결정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의정 갈등에서 의료계 내홍으로 불길은 옮겨졌다. 전공의들이 파업 중단 및 병원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으로 반쪽짜리 협상으로 종료됐다. 

    최대집 회장은 대회원 담화문을 통해 “설령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협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올바른 의료환경, 합리적인 의료제도는 투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투쟁의 결과물로서 얻어질 대화와 논의의 장에서 우리의 역량을 동원하여 만들어가야 한다. 의료계가 분열되면 안 된다. 젊은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일궈낸 소중한 성과를 반드시 가시적인 결과로 만들어 내겠다”고 호소했다. 

    의과대학 교수 및 원로들도 의협의 결정에 대해 찬성하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요청했다.  

    이날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사립대학교병원협회, 국립대학교병원협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전공의와 전임의는 진료와 수련 현장으로 속히 복귀하고 학생들은 강의실로 돌아와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해야 합니다. 또 그동안의 진료 공백으로 황폐화된 병원의 현장 회복이 시급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희생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여러분의 선배와 스승으로 너무 부끄러울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