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상환 및 투자자금 확보 차원부채, 6년來 최대 등 재무건전성 '흔들'영업성적, 상반기 2조 손실… 하반기도 여전히 '불안'
  • ▲ SK이노베이션. ⓒ성재용 기자
    ▲ SK이노베이션. ⓒ성재용 기자
    유동성 확보에 나선 SK이노베이션이 공모 회사채 발행에도 착수했다. 업황 침체와 공격적인 투자로 영업성적과 재무성과 모두 부진한 상황인 만큼 흥행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6일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한다. 2018년 9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한 만큼 만기구조도 3·5·10년물로 다양화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으로 증액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올 들어 국제유가 급락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손실 폭이 커지면서 차입금 상환과 투자자금 지출 부담에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SK이노베이션이 1년 내 갚아야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상반기 기준 3조5425억원에 이른다. 유전스(Usance, 외화어음) 1조5102억원, 기업어음(CP) 9450억원, 금융기관 1조872억원 등이다. 지난해 상반기 3451억원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공격 투자가 실적 저하와 맞물리면서 재무건전성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차입금 등 부채 규모가 상반기 기준 최근 3년 연속 증가하면서 최근 6년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채는 23조원으로, 전년 19조원에 비해 4조원가량(21.8%) 늘어났으며 차입금은 8조원에서 13조원으로 약 5조원(64.2%) 불어났다. 부채비율(148%)과 차입금의존도(87.8%) 역시 6년새 최고치다. 직전 3년(2017~2019년) 평균 부채비율은 83.0%, 차입금의존도는 31.3%다.

    사업경쟁력 강화와 신규 사업 기회 확보 목적의 설비투자 및 사업인수와 더불어 배당금 지급, 자기주식 취득 등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자금소요도 발생하면서 재무 부담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직전 3년간 △다우케미칼의 EAA(에틸렌아크릴산) 및 PVDC(폴리염화비닐리덴) 사업 인수(4700억원) △SK네트웍스의 유류도매사업 인수(2900억원) △2018년 셰일 개발업체인 롱펠로우社 지분 인수(3100억원) 등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와 함께 평균 8600억원의 배당소요가 발생했고, 2019년에는 자기주식 취득으로 1조원의 자금유출이 있었다. 다만 2조원이 넘는 상반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올해는 지난 3년간 이어오던 중단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배터리 및 소재사업의 신증설에 3조8750억원 이상의 추가자금이 투입될 계획이며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와 관련, 연내 2321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비용이 소요될 예정이다. 또 LG화학과의 소송전에서도 우발채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미국, 한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수익성 개선과 투자규모 축소, 자회사 지분 매각 및 IPO 추진 등으로 재무구조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도 "중기적으로 재무구조 저하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현재로서는 그 시기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코로나19 여파로 회사 이익이 약화되는 한편, 차입에 의존한 대규모 설비투자로 향후 1~2년간 자본구조가 악화될 것"이라며 "내년까지 조정 순차입금이 연간 2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판단했다.
  • ▲ SK이노베이션 연도별 영업이익. ⓒ한국신용평가
    ▲ SK이노베이션 연도별 영업이익. ⓒ한국신용평가
    더 큰 문제는 약화된 현금창출력이다. 1분기 유가 급락으로 영업손실 1조7751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물경기 둔화 등으로 439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2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2007년 이후 13년 만의 조정이다.

    올해 실적만 두고 보면 유가와 코로나19에 '원죄'가 있지만, 상반기 기준 2016년부터 꾸준히 영업성적이 부진했다. 원가율이 높아지고 이익률이 낮아지면서 이윤을 남길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원가율은 2016년 85.9%에서 4년 연속 증가해 올해 100%를 넘겼다. 상반기 원가율은 106%로, 직전 5년 평균 90.1%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9.95%에서 마이너스(-) 12.0%로 급락했다. 직전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6.20%다. 저조한 수익성에 순이익도 1조1920억원에서 -1조8979억원으로 급반락했다.

    높은 유가변동성, 미중 무역 갈등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 정제마진 하락과 석유화학·윤활기유 스프레드 약세 등 영위 사업 전반의 채산성이 하락하면서 이익 규모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하반기 실적 전망조차 비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하반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3204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4406억원에 비해 27.2%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1조7792억원으로, 전년 1조2692억원에 비해 적자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석유제품 수요와 정제마진의 본격적인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요 제품의 수요 위축, 중국 중심의 신규 설비 증설이 산업 내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배터리사업 중심의 투자자금 지출과 외부차입이 부진한 현금창출력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과 자산을 매각하는 등 다방면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보유한 SK루브리컨츠 지분을 최대 49% 매각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윤활유 제조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기업 가치를 3조~4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또한 페루 석유광구(88·56) 두 곳을 남미·아프리카 석유개발 전문기업인 플러스페트롤에게 10억5200만달러에 매각키로 결정하고 정부 승인 등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 광구는 매년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석유개발 부문의 핵심 캐시카우다.

    100%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상장도 현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SKIET의 기업가치는 5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KIET는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커버 윈도를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