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플랜B' 속도… 오후 HDC에 계약파기 통보기안기금 2兆 투입, 산은 최대주주로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 후 재매각… 롤모델은 J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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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시아나항공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이 국영 체제로 전환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으로 채권단 산업은행 중심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산은은 경영진 교체, 인력감축과 사업개편 등 다양한 차원의 구조조정을 진행할 전망이다.

    아시아나 매각 주체 금호산업은 11일 HDC에 주식거래 계약 해지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오후에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운용심의회가 아시아나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관련 작업은 연임에 성공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주도한다.

    채권단은 매각 무산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해왔다. 유력한 대안은 기안기금 투입과 산은의 최대주주화다. 산은은 8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경우 산은은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플랜B의 핵심은 ‘다운사이징(감량경영)’으로 관측된다. 향후 재매각을 위해 본사와 계열사 전반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산은이 임명하는 경영진 교체 등 다양한 차원의 변화가 아시아나에 불어 닥칠 전망이다.

    산은의 경영 방침은 빠른 재매각이다. 이번 거래무산을 반면교사 삼아 ‘팔릴 수 있는 매물’로 만드는 작업이 중요할 전망이다. 산은은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조직 통폐합, 비수익 노선 정리, 인력 감축 등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정비 작업도 예상된다. 그간 산은은 아시아나 자회사 에어서울, 관계사 에어부산을 본사와 함께 넘기는 ‘통매각’을 고수해왔다. 이번 거래 무산으로 향후에는 분리매각을 적극 검토할 전망이다.

    계열사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아시아나 100% 자회사인 에어서울은 자체 경쟁력이 떨어져 단독 매각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 짙다. 에어서울의 경우 본사로 흡수 통합해 일부 노선만 살리는 게 효율적이라는 시각이다.

    관계사 에어부산의 경우 지분 매각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시아나가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은 약 44%다. 회사 지분은 부산광역시, 지역 경제단체 등이 나눠 갖고 있다. 40%대 지분율로는 경영권 행사가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면 민간으로의 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는 에어부산의 향토기업화를 점친다. 대부분 노선이 김해국제공항 출도착편으로 구성된 점과 현 지분구조상 경남권 기업, 경제 단체로의 재매각이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HDC와의 매각 결렬설이 대두된 이후 부산지역에서는 관련 여론이 꾸준히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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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단 중심의 경영 체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대우조선해양 등 실패 사례가 주로 거론된다. 지난 2000년 산은 경영 체제로 전환한 대우조선은 20여 년 만인 지난해야 새 주인을 찾았다. 대우조선은 더딘 경영정상화로 재매각 실패 등을 겪었다.

    전문가는 채권단의 경영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력이 검증된 민간 구조조정, 항공 전문가를 적극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묻지마식 비용 감축을 지양해 항공업 경쟁력을 유지·향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항공(JAL)의 민영화가 참고 사례로 꼽힌다.

    JAL은 항공사 민영화의 대표 성공 사례다. 2010년 법정관리를 겪은 JAL은 민간 전문가의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전자·정보기기 업체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를 CEO로 영입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업은행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무적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면서 “이는 주력업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며 대우조선해양 등이 대표적 실패 사례”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내부 살림은 외부 영입한 항공, 구조조정 전문가에게 맡기고 새 인수자 물색 등 외부 협상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이번 거래가 무산된 이유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반성이 산은, 아시아나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