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C 신조 1兆 투자…용선→사선 투자전략 선회작년 선박 부족에 PCTC 수혜 못 누리고 ‘역성장’향후 업황 둔화 시 감가상각비 부담 확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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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운반선(PCTC) 신조에 약 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선복량 부족에 따른 실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서로, ‘한 박자 늦은’ 투자 판단으로 잠재적 손실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8년까지 1조275억원을 들여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초대형 PCTC 6척을 신조하겠다고 공시했다. 중장기적 선대 운영을 안정화하고, 친환경 선박으로 국제 환경 규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앞서 지난해에도 약 2조5000억원을 투입해 PCTC 12척을 들여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들 12척 선박 모두는 선주로부터 빌려 쓰는 ‘용선’으로 확보하는 반면 이번 6척의 PCTC는 직접 소유해 운용하는 ‘사선’으로 확보하는 방식이어서 성격이 다르다.

    이 회사의 PCTC 선대 규모는 ▲2021년 83척 ▲2022년 77척 ▲2023년 82척 ▲올 1분기 81척 등을 나타내고 있다. 해당 기간 용선 비중은 60% 수준을 꾸준히 유지 중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용선 비중을 낮추고, 사선 비중을 키워온 것과는 다른 행보다.

    최근에야 선대 규모 증대 및 사선 비중 확대를 통한 사업구조 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올 초 PCTC 선대 규모를 2027년 110척까지 늘리고, 고정선복(사선·장기용선) 비중을 58%까지 키우겠다 밝힌 데 이어 최근 PCTC 신조 소식을 전한 것도 이러한 투자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비스의 PCTC 신조 투자 판단에 대해 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5조6832억원, 영업이익은 1조5540억원으로 2022년 대비 각각 4.8%, 13.6% 감소하며 3년 만에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0.3% 줄어든 1조7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주요국 금리 인상,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 둔화, 지정학 리스크 등 우호적이지 못한 대외 환경에 PCTC 선대 부족 심화 등 변수가 더해져 부진한 성적을 냈다. 특히 전방산업 호조에 따른 부품, 완성차 물동량 증가 수혜를 선대 감소로 누리지 못한 점이 뼈 아팠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둔화했던 PCTC 시장은 지난해 완성차 수출 시장에서 중국이 급부상하며 호황을 누렸다. 공급 선박은 부족한데 물동량은 늘며 PCTC의 하루 용선료는 2022년 2만5583달러에서 지난해 7만2167달러로 급증했다.

    용선료 상승 부담에 선대 규모를 늘리기 어려웠던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 고객사 물량 일부를 컨테이너로 수송해야 했다. 이 결과 PCTC 사업에서 수백억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컨테이너 운임은 상대적으로 PCTC보다 저렴하지만, 선적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사선 투자는 장기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꾀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향후 완성차 수출 물량 감소 등 시황이 둔화하는 경우 감가상각비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선박 감가상각비는 도입 원가를 회계상 법정 내용연수로 나눈 금액으로, 매년 비용 처리된다. 업황이 호조일 때는 감가상각비를 상쇄하는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나 반대로 업황이 부진하면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한편 현대글로비스 매출에 크게 기여 중인 그룹사 수출 물량은 올 들어 다소 둔화한 상태다. 올 1분기 현대·기아차의 수출량은 56만1988대로 1년 전 59만946대 대비 4.9% 줄었다. 지난해 4분기 57만5437대를 수출했던 것과 비교해서는 2.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