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개방형 참여 의사 일당 정액수가 적용 ‘만지작’지역의사회, 선별진료소와 구분 어려워… ‘비효율적 예산’ 지적트윈데믹 저지선 역할 ‘미흡’, 의정 논의체계 구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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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방어하기 위해 ‘호흡기전담클리닉’ 활성화를 목표로 뒀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 대안으로 일당 50만원의 인센티브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지자체에서 보건소 등에 장소를 마련하면 지역 내 의사가 돌아가며 진료에 참여하는 ‘개방형 클리닉’과 시설·인력 등 요건을 갖춘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의료기관형 클리닉’으로 나뉜다.

    의료기관 클리닉은 동네의원에 검사실 설치 등 부담으로 참여가 저조한 상태인 데다가 의료계 파업 당시 대한의사협회가 논의 자체를 ‘잠정 보류’한 상태로 보건소가 중심이 되는 개방형 클리닉 운영이 관건이 됐다. 

    최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트윈데믹 방어를 위한 목적으로 10월부터 개방형 클리닉에 참여하는 지역의사에게 일당 50만원(시간당 6만2500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될 전망이다. 

    총 액수는 46억원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업비로 충당한다. 일부 지역의사회에는 해당 공문이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보건소 256개에 1개 이상 개방형 클리닉을 설치하고 10~12월 3개월간 민간의사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호흡기‧발열환자의 진료 공백을 개방형 클리닉 운영을 통해 막겠다는 취지다. 안정적인 보상제공을 통해 민간 지역의사 참여율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개방형 클리닉은 10월부터 수가체계가 변경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행 ‘진찰료+감염예방관리료(13,840원+20,630원)’ 3만4470원에서 ‘보건소 청구+의사 수당’으로의 전환이다. 

    구체적으로 환자 건수별로 보건기관 수가(5320원)가 반영되고 개방형 클리닉에 참여하는 민간의사에게 일당 정액 방식으로 50만원을 지급하는 형태다. 

    주목할 부분은 일당 정액 방식 자체가 의사들의 참여 유인기전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수가 많아질수록 행위별 수가방식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은 일일 기준 15건의 진료가 있으면 51만7050원, 20건은 68만9400원, 30건은 101만4100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정액 방식으로 전환되면 의사 수당은 50만원으로 묶인다. 

    ◆ 선별진료소와 기능 분리 ‘선결과제’ 

    정부는 코로나19와 증상과 비슷한 질환군의 진료 공백을 막고 일차의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내년까지 호흡기전담클리닉 1000곳 확대 목표도 세운 상태다. 그러나 실제 지역의사회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선별진료소 기능과 차별점이 없고, 병원 문을 닫고 보건소 등에 설치된 개방형 클리닉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의사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의협 부회장)은 “각종 유인기전이 발동돼도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개방형 클리닉의 실질적 역할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개념 자체가 코로나19 확진자와 그렇지 않은 호흡기 환자를 구분하는 것인데 이 역할은 선별진료소에서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시점 가장 중요한 부분은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선별진료소의 ‘기능 강화’라는 진단이다.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하게 환자분류를 하고 호흡기 및 발열환자를 제때에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국민 누구나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을 때 선별진료소를 찾고 있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예약하고 진료를 봐야 한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도 마치 트윈데믹을 방어할 수 있는 공간인 것처럼 숫자를 늘리고 실효성 없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이 근무하는 병원 문을 닫고 개방형 클리닉에서 근무하려면 보다 현실적인 대안과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장(의협 부회장)은 “개원가의 문을 닫고 보건소에 근무하러 가는 과정 자체가 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개방형 클리닉 근무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의료분쟁이나 의료진 감염 등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정부가 트윈데믹을 방어하기 목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의협과 논의 등을 전혀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모델을 만들어 적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진료 공백을 막고 실질적 효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의료계와 개선 모델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