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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김 장관이 임명장 받은 날을 기준으로 역대 최장기 재임 기간을 경신했다. 기존 기록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낸 1187일(2008년 2월29일~2011년 6월1일)이다. 김 장관은 19일 정 전 장관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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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힐까…"
이날 기록은 김 장관뿐 아니라 국토부로서도 의미가 있다. 건설·토목으로 기반으로 해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국토부에서 김 장관이 최초의 여성 장관으로서 유리천장을 깬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장관으로선 기뻐하기 이르다. 단순히 최장수라는 타이틀 만으론 반쪽짜리 성과에 그치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부동산 안정이다.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한두 달이 멀다 하고 대책을 쏟아내며 다주택자 등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벌였지만, 정책 효과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7월24일 성명을 내고 "국토부는 수많은 정책 실패와 거짓 정보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며 김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김 장관은 7월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현 정부 들어 부동산값이 "11%쯤 올랐다"고 답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김 장관이 어느 나라에 살고 있나"라며 맹비난했다. 경실련은 "국토부는 정권별 아파트값 상승률과 관련해 MB(이명박) 정부 마이너스(-)9%, 박근혜 정부 12%, 문재인 정부 14%로 답했다"며 "이는 서울아파트값 상승률(14%)보다 낮다. 문재인 정부 3년간 상승률이 14%라면 과거 정부 약 9년간의 상승률 3%보다 5배나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 왜곡 논란은 취임식 때부터 제기됐다. 김 장관은 2017년 6월23일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파워포인트 자료를 띄워가며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당시 김 장관은 5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 통계를 제시하며 투자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 4구에서 29세 이하의 거래량이 각각 50% 이상 늘었다고 편법·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실제 거래량은 밝히지 않아 통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거래량이 워낙 적어 조금만 늘어도 증가율이 껑충 뛴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국토부 한 고위관계자는 "국토부 장관 자리는 다른 것보다 부동산 정책 평가로 성적이 갈리는 게 숙명"이라며 "앞으로 몇 달이 고비가 될 거다. 8·4 주택공급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패닉바잉(공황구매) 심리도 점차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구설
김 장관은 각종 구설의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해 부동산 과잉구매 현상을 부채질한다고 말해 구설에 휘말렸다. 주무장관으로서 주택청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다는 눈총을 샀다.
김 장관은 앞선 6월26일에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부동산 정책 관련 현안을 설명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를 다 풀어 부동산 정책의 약발이 듣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해 질타를 받았다. 취임 3주년을 맞는 주무장관이 부동산 정책 실패론에 아직도 '남 탓'을 하며 책임을 떠넘기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김 장관은 내부에선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 중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초기부터 직원들의 얘기를 경청했다. 그러면서도 (3선 의원답게) 특유의 추진력으로 정책을 끌고 간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김 장관의 '경제부총리 패싱론'이 제기됐던 배경이다.
반면 당과 대통령당선자 부대변인까지 지낸 이력에도 출입기자들과 거리를 두면서 원성을 사는 모습도 보인다. 간담회 등을 통해 언론과 소통하기보다 자신이 필요할 때 소위 어용방송에 주로 출연해 입맛에 맞는 질문만 받는다는 지적이다. -
◇여의도 복귀 무산
김 장관은 내정됐을 때부터 전문성 부족과 시한부 장관설에 시달렸다. 의원 활동 경력상 국토부와 다소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제21대 4·15 총선 출마 의지를 확고히 하던 김 장관은 후임자로 내정된 최정호 전 국토부 차관이 아이러니하게도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다주택자'로 찍혀 낙마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올 1월3일에야 '울며 겨자 먹기'로 눈물의 불출마 선언을 했다. 겉으론 안정적인 내각을 강조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특히 3기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일산에서 거센 반발에 직면해 더불어민주당에서 주판알을 튕긴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개각설이 돌 때마다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청와대 입성까지 거론됐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
교통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잖다. 먼저 항공부문은 앞선 정부에서 결정됐던 각종 신공항 건설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과 동남권 신공항 등의 사업이 주민 반대와 지역갈등만을 부추긴 채 답보상태다. 새만금 국제신공항 건설도 이용 수요 뻥튀기 논란에 휩싸이며 지방공항 활성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최근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불거진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불공정 특혜채용 논란까지 겹쳐 시끄럽다. 지난 9일에는 전·현직 교수 6000여명으로 이뤄진 보수성향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로부터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구본환 인국공 사장의 해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토부가 인국공 사태 꼬리 자리기에 착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등의 매각이 실패로 끝나는 등 항공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확보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정권 초기 남북·미북 관계 화해 무드를 타고 관심이 쏠렸던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한 기대감도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급속히 얼어붙은 상태다.
수도권 교통편의를 위해 역점을 두어 추진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GTX A노선(파주~삼성)의 경우 오는 2023년 말 개통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지만, 열차 구매 상황이나 광화문역 신설, 삼성역 개통 지연 등의 과제가 여전한 실정이다. 설상가상 김 장관은 4·15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서남부지역을 겨냥한 GTX D노선까지 거론한 상태여서 철도건설 사업이 정부와 여당의 이벤트성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철도 수평·수직 통합문제는 현행대로 건설과 운영을 분리하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이 경쟁하는 구도로 사실상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다만 국토부가 이 부분을 서둘러 매듭짓지 않을 경우 대선 등 다가오는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언제든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