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0억 규모 부지매입 계약체결 추진, 총 사업비는 연말 결정될 듯내년 설계 용역 후 내후년부터 본격 공사 착수… 2025년 말 준공 예정의료계 “의료기관 손실보상도 제대로 못하면서 ‘시대에 역행’” 비판
  •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경.ⓒ건강보험심사평가원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경.ⓒ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숙원과제였던 교육연수원이 강원도 평창에 들어선다. 소재지는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리로 평창IC 인근이다. ‘코로나 보릿고개’가 만연한 상황 속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주도의 과도한 예산 투입 등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4일 심평원은 자체 교육연수원 설립부지를 강원도 평창 ‘대관령’으로 확정했다. 이와 동시에 강원도청는 공공기관 연수원 유치를 성공했다고 자축했다. 

    이날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평창군과 치밀한 계획하에 강원도만의 특장점을 부각시켰던 점이 큰 성과를 이뤘다. 연간 6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계획됐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본지 취재결과, 해당 부지는 12만4050㎡(약 3만7525평) 규모의 도유지로 파악됐다. 강원도 측은 70억 수준의 부지 매입비를 산출한 상태다. 내달 심평원과 강원도는 업무협약을 맺고 부지매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심평원은 올해 안으로 추가 용역을 발주해 교육연수원 건립 총사업비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700억원 규모로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구체적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사업비가 정해지면 내년 3월까지 감리 및 설계업체를 선정하고 2022년 3월까지 설계용역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2022년 5월부터 2025년 말까지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지선정위원회’를 만들어 논의 끝에 설립부지로 대관령을 결정했다. 최소 500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연수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실 심평원의 교육연수원 설립은 지난 2000년 기관 설립 이후 숙원과제였다. 약 45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공공기관이지만 자체 연수원이 없어 각종 교육이나 세미나 진행 시 어려움이 많았다. 신규직원 교육에 있어 불편함이 컸다는 설명이다.

    ◆ 인코로나 시기, 공공기관 연수원 건립 비판론 ‘급부상’

    문제는 타이밍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시기에 공공기관, 특히 복지부 산하기관이 교육연수원 건립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 좀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올해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도 자체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전환시키는 등 고충이 있었는데, 코로나19 대응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건립 사업을 추진했다는 측면에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심평원은 부지선정 컨설팅에만 약 7300만원을 썼다. 이 과정에서 확정된 강원도 평창군을 포함 충청남도(계룡시, 예산군, 공주시, 보령시), 대전시(서구), 경기도(안산시, 가평군) 등 8개 시도, 14개 부지가 물망에 올라 논의대상이 됐다. 

    코로나 재확산과 의료계 파업 문제가 심각했던 8~9월 심평원장을 주축으로 부지선정위원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평원 본연의 업무는 보건의약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전국 요양기관에서 진료비를 청구하면 심사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합리적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든다. 

    때문에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의료계는 심평원의 교육연수원 건립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동네의원은 물론 대학병원도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손실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매우 힘들고 고달픈 시기다. 그럼에도 다 같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교육연수원을 짓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시대를 역행하는 행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미 심평원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굳이 예산을 낭비해가며 교육연수원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회차원에서 과연 합당한 일인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대관령에 교육연수원이 생긴다 해도 심평원 직원들만 이용하지 그 지역주민은 이용 자체가 어려운 공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되자 심평원 측은 “직원들의 교육연수뿐만 아니라 추후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창궐할 경우, 국민의 안전을 위해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해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