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기·소화기·내분비내과 진료 3분… 핵의학과만 10분 심층진찰 시범사업 ‘만족도’ 입증됐지만 15분 진료 제한적 구조신현영 의원, 경증질환 흡수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요구
  • ▲ 서울대학교병원 전경. ⓒ서울대학교병원
    ▲ 서울대학교병원 전경. ⓒ서울대학교병원
    대형병원 쏠림현상의 부작용인 ‘3분 진료’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경우는 주도적으로 심층진료 시범사업(15분 진료)에 참여하는 등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지만 고착화된 문제를 풀기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다.

    최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자료로 서울대병원의 ‘2020년 1월~8월 외래환자 진료 현황’을 공개했다. 

    내과 등 외래환자가 많은 과는 환자당 진료시간이 3분대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고, 핵의학과 등 상대적으로 외래환자가 적은 과는 최대 10분대의 진료시간을 기록했다. 병원 전체 평균은 4.61분이었다.

    환자 1인당 진료시간이 짧은 과들을 살펴보면 ▲순환기내과 3.55분 ▲소화기내과 3.68분 ▲비뇨의학과 3.69 ▲내분비대사내과 3.72분 ▲혈액종양내과 3.77분 등으로 조사됐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5개과에서 진료를 받은 외래진료 환자 수만 총 34만2561명으로 같은 기간 서울대학교병원 전체 외래환자 104만7675명의 32.7%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즉, 서울대병원 외래를 방문한 환자 3명 중 1명은 ‘3분 진료’를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균 진료시간이 긴 진료과는 ▲핵의학과 10.36분 ▲감염내과 8.18분 ▲마취통증의학과 7.89분 ▲알레르기내과 7.27분 ▲가정의학과 7.13분 순이었었다. 이들 5개 과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 진료를 받은 외래환자 수는 4만5584명으로 전체 외래환자 중 4.3% 수준이었다. 

    신현영 의원은 “빅5 병원이 외래를 통해 경증환자까지 흡수하는 의료전달체계 왜곡 현상이 아직까지는 해소되지 않고 있는 만큼,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중심의 입원 치료 기관으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홍윤철 서울대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서울대병원의 경우는 경증환자는 동네의원으로,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구분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련 문제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병원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그는 “관련 자료에서 보완해야 부분은 초진과 재진의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임상현장에서 재진환자 대비 초진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 부분이 공개되지 않아 해석상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 2020 1~8월 서울대학교병원 외래진료 현황. ⓒ신현영 의원실
    ▲ 2020 1~8월 서울대학교병원 외래진료 현황. ⓒ신현영 의원실
    ◆ 15분 심층진찰, 만족도는 높지만...

    실제로 서울대병원의 경우는 3분 진료 타파를 노력해왔다. 실제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됐던 심층진찰(15분) 시범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등 진료체계의 변화를 역설했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은 심층진찰 시범사업 효과분석을 위해 대상환자 373명 중 응답자 274명과 성별과 나이를 매칭해 동일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대조군 14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2017년 10~12월)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환자중심성 측면에서 심층진찰군이 대조군에 비해 의사에 대한 만족도(4점척도 기준, 심층군 3.71 vs 대조군 3.28. 차이 0.43), 진료시간 충분도(3.69 vs 2.84, 차이 0.85), 치료과정(3.55 vs 3.06, 차이 0.49), 환자권리보장(3.64 vs 3.13,  차이 0.51) 등 평가항목 전반에서 평가점수가 높았다.

    진료시간에 대한 만족도 측면에서 심층진찰군이 92%. 대조군이 71%가 만족한다고 밝혀 15분 진료의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 등을 바탕으로 현재 심층진찰 시범사업은 본 사업 전환을 위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대형병원의 3분 진료를 타파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심층진찰은 진료과목과 교수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수가는 9만8980원으로 책정됐다. 본인부담률은 25%인 2만3500원 수준이다. 암(5%), 희귀난치질환(10%)은 환자 부담이 더 적다.

    그러나 심층진찰은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근본적 해결방법이 되기 어렵다. 3분 진료의 한계를 극복하기엔 갈 길이 멀다. 

    ◆ 경증질환 100% 본인부담 대안될까  

    3분 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는 지난 8일부터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질환자가 외래진료를 받은 경우, 본인부담률을 현행 60%에서 100%로 조정했다. 

    당뇨, 고혈압, 결막염, 위염 등 100개 질환이 대상이다.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에 가는 행위를 막을 수 없지만 부담을 더 주겠다는 조치로 재진환자에게만 적용된다. 

    특히 심층진찰 시범사업과 달리 질환을 특정했고 건강보험 혜택 범위를 축소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번 조치는 환자의 부담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에도 부담이 전가되는 방식이다. 1~3차 의료기관 중 3차에 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진료행위 가산금이 붙지 않고 의료질평가지원금 등 인센티브에도 불이익을 받게 되는 구조다. 

    이와 관련 병원계 관계자는 “3분 진료를 없애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대국민 홍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제도가 적용되는 것 보다는 단계적 적용으로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