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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호황 속에 최근 기업공개(IPO)시장 대표 대어 종목들의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들도 쏠쏠한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당국은 시장 과열 양상을 우려하면서 수수료 배정 방식 손질을 예고하는 등 제동을 걸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카카오게임즈·SK바이오팜 등 역대급 흥행에 성공한 3대 종목 IPO에 주관사 및 인수회사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SK증권 등 8개 증권사가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약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빅히트 공동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JP모간증권이 인수수수료로 받는 금액은 총 공모금액의 0.8%인 26억9000만원, 23억1000만원, 17억7000만원 등이다. 또한 공동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인수주관사인 키움증권도 7억7000만원, 1억5000만원을 인수대가로 받았다.
이와 더불어 높은 청약 경쟁률 등에 따른 0.6% 인센티브까지 58억원 정도가 더해지면 133억원에 달한다.
올해 첫 IPO 최대어였던 SK바이오팜은 0.8%를 기본 수수료를 인수단 6곳에 모두 지급하고, 0.2%의 성과 수수료는 차등 지급했다. 한국투자증권 27억원, NH투자증권 14억6000만원, SK증권 4억5000만원, 하나금융투자 2억8000만원 등 증권사들은 총 77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챙겼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 각각 기본 수수료 1.2%와 성공 수수료 1%를 추가 지급하면서 각각 52억원, 30억원을 받았고 인수단인 KB증권은 2억3000만원을 챙겼다. -
모처럼 부는 공모주 광풍에 증권사들이 수수료 대박을 터뜨리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수수료 손질 등을 예고하며 제동을 건 모습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주요 증권사 IPO 담당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수수료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현행 IPO 수수료 중 인수수수료는 인수금액에 일정 수수료율(정률제)을 곱해 책정된다. 통상 공모가의 1~2% 수준으로 책정되는 인수수수료는 공모 물량이 많고 공모가가 높으면 주관사에 유리한 구조다.
당국은 최근 공모주 시장 이상 과열의 한 원인을 과도한 수수료로 보고 현행 정률제를 정액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주관사의 공모주 주가 관리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IPO 제도·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시장 과열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업계에서는 IPO 수수료 통제가 시장의 안정보다는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상장 추진 철회가 속출하는 등 IPO 시장이 얼어붙어 있었다. 최근에야 대규모 딜이 눈에 띄지만 지난 3분기까지 상장한 회사 46곳 중 6곳을 제외하고는 코스닥 상장사"라면서 "이제야 시장 부진을 벗어나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맞았는데 통제하려고 하는 당국의 스텐스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장은 언제든 다시 침체될 수 있다"면서 "제도 변화로 인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