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인 캠, 그랜저 30.0%·카니발 42.0% 장착내비와 하이패스에 이어 애프터 블로우까지 순정화
  • ▲ 빌트인 캠 ⓒ현대자동차그룹
    ▲ 빌트인 캠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업계가 순정 부품 영역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필수가 된 블랙박스, 애프터 블로우 등의 제품이 새 차를 살 때 고르는 옵션(선택 사양)으로 바뀌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품질 좋고 이질감 없는 제품을 찾는 수요가 몰린 결과다.

    수많은 전장부품과 소프트웨어 탑재로 차 구성이 복잡해진 만큼 순정 부품 역할이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내장 주행영상 기록장치인 ‘빌트인 캠’을 판매 중이다. 빌트인 캠이 있으면 블랙박스 등 별도 장치 없이 주행영상을 녹화할 수 있다. 촬영한 영상은 실내에 달린 화면이나 스마트폰으로 전송이 가능하다. 사실상 ‘순정 블랙박스’인 셈이다.

    소비자 반응은 꽤 좋다. 새 차를 샀을 때 멀쩡한 내장재를 뜯지 않아도 되고, 일부 보증수리를 거부 사례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블랙박스를 장착해야 할지 신뢰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평가다.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를 구매한 소비자 중 약 30.0%(출시 이후 누적 기준)는 빌트인 캠을 선택했다. 지난해 팔린 쏘나타는 33.0%가량이 빌트인 캠을 장착한 모델이었다.

    기아차는 선택 비중이 더 높았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디지털 키 등 다른 선택 사양과 묶여 있음에도 구매하는 경향이 짙었다.

    미니밴 카니발은 전체 판매 대수 중 약 42.0%가, 쏘렌토는 약 28.0%가 빌트인 캠을 장착했다. 중형 세단인 K5와 K7은 빌트인 캠을 고른 비중이 각각 23.0%, 25.0%가량으로 집계됐다.

    신형 카니발을 타는 A 씨는 “주행 보조 장치 등 첨단 기술 적용으로 복잡해진 차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위험 부담이라 생각했다”며 “순정 상태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빌트인 캠을 구매한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선택 사양으로 제공되지 않아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장착했던 ‘애프터 부품’은 출고 때부터 넣는 ‘비포 부품’이 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순정 내비게이션이나 하이패스 등을 앞다퉈 출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신형 투싼에 에어컨 악취를 막아주는 ‘애프터 블로우’를 탑재했다. 애프터 블로우는 여름철 필수 부품으로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있는 제품이다.

    애프터 블로우는 시동을 끄면 30분간 축축한 증발기(에바포레이터)를 바람으로 말려 곰팡이 증식을 예방한다. 청결한 상태를 유지할뿐 아니라 불쾌한 냄새를 제거한다.

    이와 함께 그랜저 등에는 좌석에 설치된 빌트인 공기청정기와 뒷좌석 모니터, 냉·온장 컵홀더 등이 마련돼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틴팅(선팅) 업체 직원은 “과거와 비교해 취급 품목이 많이 줄었다”라며 “선팅과 블랙박스 판매가 7 대 3 정도 되는데 다른 부문 매출은 없다고 봐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선팅 업종은 대부분이 영세업자인데 순정 부품화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차에 들어가는 전자장비가 고도화되면서 합선 가능성 등을 방지하고 소비자에게 높은 품질을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 ▲ 애프터 블로우의 핵심 부품인 증발기(에바포레이터)와 모터 ⓒ현대자동차그룹
    ▲ 애프터 블로우의 핵심 부품인 증발기(에바포레이터)와 모터 ⓒ현대자동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