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한진 이어 로젠에서도 사고계약금·장시간 근무 등 논란… 국감과 정치권 핫이슈 부상"최근 4~5년 급속 성장… 법적 가이드라인 전무"
  • ▲ 19일 택배기사 사망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시민단체 ⓒ 연합뉴스
    ▲ 19일 택배기사 사망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갖는 시민단체 ⓒ 연합뉴스
    ‘총알배송’을 표방하는 택배업계에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과로사와 더불어 최근에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기사가 극단선택을 하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정감사 시기와 맞물려 관련 이슈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로젠택배 소속 기사 A씨는 지난 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산지역에 근무했던 30대 A씨는 “월 소득이 200만원도 안 돼 생계가 어려웠다”면서 “퇴사 의사를 밝혀도 소속 대리점은 대체기사를 구하라 압박하기만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입사 당시 대리점에 300~500만원 규모의 권리금과 보증금을 납부했다. 배송 사고 보상과 업무 부적응으로 인한 이탈 방지를 위해 기사가 선납하는 금액이다. 일부 저수익 지역에서는 초보 기사를 묶어두는 ‘볼모’로 쓰이곤 해 업계 고질적 관행으로 지적돼왔다.

    지난 12일에는 한진택배 소속 배송기사 김 씨가 사망했다. 김 씨는 숨지기 나흘 전인 이달 8일 새벽 "저 물량 안 받으면 안 될까요. 오늘 물량도 모두 처리하지 못하고 돌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동료에게 남긴 것으로 알려진다.

    택배노조 등 노동자 단체는 김 씨의 사망 원인이 과도한 업무라고 주장한다. 회사 측은 해당 기사의 건강 상태와 업무량 등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관련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사 사망사고는 두 사례를 포함해 이달 들어 총 네 번 발생했다. 지난 8일에는 CJ대한통운 소속 40대 기사가 숨졌다. 이어 12일에는 쿠팡 물류센터 소속 20대 일용직 장 씨가 목숨을 잃었다. 올해 알려진 택배업 관련 사고는 총 11건이다.
  • 업계는 근로자 사망 이슈가 정치권으로 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현 시기상 관련 언급이 더욱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달 말 진행할 국회 국토교통, 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에 주요 택배사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야한다는 주장도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국회 등 정치권은 최근 택배업에 부쩍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논의를 시작한 생활물류서비스법 등이 대표 사례다. 앞서 진행한 국회 국토위, 환노위 국감에서는 택배기사 고용보험 의무화와 장시간 근무 이슈를 다루기도 했다.

    업계는 잦은 사고의 배경으로 ‘법적 장치 부재’를 꼽는다. 최근 4~5년 택배시장 급성장으로 종사자와 배송량이 크게 늘었지만, 이를 통솔할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적정 근무시간, 배송기사 업무 범위와 계약 구조 등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기사 간 계약구조, 근로자성 성립여부와 상하차 업무 관련 논란 등 다양한 현안이 존재한다”면서 “현재까지는 택배업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관리할 법 조항이 없어 관련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생물법 등 다양한 차원의 논의와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